거머리처럼 두 얼굴의 나(250405)
네게 빚진 게 하나도 없는데
너는 내게 달라붙어 피를 빠네
한두 방울도 아니고 끝까지 빠네
내 살을 깊숙이 파고드는 탐욕
상처 자국을 빨고 또 빠는 집착
스스로 멈출 줄 모르는 몰염치
멍하니 너를 바라보다가 문득
주님의 흘리신 피를 떠올리네
나는 아무런 자격도 없는데
거머리처럼 그 피를 빠네
거머리의 탐욕보다 더 강하게
거머리의 집착보다 더 집요하게
거머리의 몰염치보다 더 뻔뻔하게
한두 번이 아니라 거의 매일같이
깊숙이 헤집고 상처 자국을 헤집네
오늘도 죄 속에서 그 피를 빨고 있네
하지만 거머리는 혈액의 응고를 막고
혈관을 넓히고 혈액의 순환을 촉진하고
염증과 통증을 완화하는 데도 쓰인다네
거머리처럼 나도 주님의 피를 빨고 살지만
사회의 응고를 막고 사회의 순환을 촉진하며
사회의 염증과 통증을 완화할 수 있길 원하네
검은 거머리처럼 보기에도 추하겠지만
사회를 치유하는 쓰임새도 있길 바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