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창업을 해야 하는가?

8년차 데이터 분석가의 재창업 도전기

by data nomad

창업이라는 말 자체를 사용하고 싶지 않지만, 적절한 대체 단어를 찾기가 어려워 우선 창업이라고 표현하려고 한다. 창업이라는 단어가 싫은 이유는, 일단 너무 무거운 느낌이다. 차고에서 시작해야 할 것 같고, 헝그리 정신으로 시작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서툴렀던 예전에 했던 시도들과 다르게 지금은 '새로운 무언가'를 그저 가볍게 만들고 싶다. 왜냐하면, 그 때와 지금은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12년 전 첫 창업

2014년, 대학교 3학년을 넘어가던 시점에, 1년의 휴학을 하고 친구와 1년동안 창업을 해본 적이 있다. 여기도 창업이라는 표현보다는 '장사'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당시, 유행하던 향초를 직접 만들어서 판매했는데, 운이 좋게 오프라인에서 공간을 얻어 나름 매장이라고 만들어서 운영도 했다. 23, 24살 때는 그런 매장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뭔가 한 것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물건을 많이 팔면 많이 팔수록 적자가 되는 오묘한 시스템 덕분에, 빠르게 망할 수 있었는데, 이 때 배운 스몰 스타트(Small Start) 의 중요성을 배웠다. 우리는 처음부터 스토리, 브랜딩, 마케팅에 많은 시간을 쏟았는데, 사실 본질은 그게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유행했던 향초를 만들어서 파는게 정말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것인지는 궁금해하지 않았고, 심지어 우리의 향초를 사는 사람들을 보며 "근데 향초는 진짜 왜 사는거지?" 라고 할 정도로 소비자에 대한 이해도도 바닥이었다. 비즈니스를 전혀 모르는 우리가 첫 번째로 고민했어야 할 부분은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채로 시작했으니, 잘 되는 것이 당연히 이상한 지경이었다.


지금 다시 창업을 하고 싶은 이유

대학생 시절 하던 창업과 지금의 창업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예전보다 창업을 훨씬 쉽게 생각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도전한다. 또, 개발자의 몸값이 올라가면서 개발자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자연스레 자신의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AI 기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외부 요인의 변화보다 나 자신의 변화가 더욱 큰 요인 처럼 보인다.

과거에 했던 창업은 큰 이유가 없었다. 점수에 맞춰서 간 전공은 이유없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생산성을 추구하는 타고난 성격 때문에 뭔가를 계속 하고 싶긴 했는데 무엇을 해야 할 지 몰랐었다. 창업을 하면, 밑바닥부터 모든 것을 해야 하니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고, 그게 어떤 일을 해야 할 지 찾는 것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성공적으로 먹혔다. 그 과정에서 의사 결정의 중요성을 깨닫고, 남들보다 한 발자국 더 빠르게 데이터 분석가로써 자리를 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다시 창업을 하고 싶은데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바로, "생존" 때문이다. 뉴스에서 AI 가 나올 때마다 심기가 불편하고, 불안한 미래가 아른 거린다. 아무것도 가진게 없던 20대 때의 나였다면, AI 를 오히려 기회로 봤을 것이다. 외주 디자이너한테 뒤통수 맞을 리스크를 걸지 않아도 되고, 잠수 가능한 외주 개발자를 만날 위험도 피할 수 있다. 기술의 허들을 낮춰주기 때문에, 예전보다 초심자가 시도할 수 있는게 훨씬 많아진 것 같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던 20대 때의 나였다면 계층 별 사다리가 아닌 계층 간 에스컬레이터로 봤을 것 같다. 하지만, 연차가 쌓이고, 나이가 들면서, 한 층 더 잃어버릴게 많아진 나로써는 무조건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AI 로 인해 발생하는 큰 변화 중 하나는 직무간의 허들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커리어에서 데이터 분석 밖에 하지 않았던 내가 이제 디자인도, 마케팅도 넘볼 수 있다. 언론에서는 어떠한 산업, 직무를 막론하고 AI 로 인해 신입을 뽑는 채용수가 줄어들었다는데, 그 이야기는 나같이 문외한들도 신입 정도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거겠지. AI 로 인해 느끼는 생존의 위협과 낮아진 기술의 장벽을 동시에 이용하고자 한다. 생존의 위협은 동기 부여로, 낮아진 기술의 장벽은 안전한 뒤통수와 많은 것을 직접할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 말이다.


초심으로 돌아가는 느낌

사실 생존 하나만으로 다시 창업을 하려는 마음을 정의할 수는 없다. 어떤 일을 결정하는데 있어, 단 한 가지만의 이유가 있다고 믿지는 않는다. 마음 속에서 이미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하고, 그 중 한 가지가 도드라지고,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가 "그것" 때문이라고 믿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생존을 위한 창업이라고 얘기했지만, 다시 무언가를 만들려고 하면서 발칙하게도 설레는 감정이 있다. 데이터 분석가는 업무 시간 내내 남이 만든 데이터, 남이 만든 흔적, 남이 만든 컨텐츠를 보고 사는데, '내'가 직접 만드는 데이터, 컨텐츠 라는 게 상당히 새로운 느낌이다. 무엇보다, 모든 직무의 업무를 처음 하는 만큼 재미가 있다. 공부를 위한 공부가 아니라,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엔드 골을 정해놓고 거기에 필요한 공부를 하는 것. 그 공부 과정에서 내가 배웠다고 느끼고, 성장했다고 느끼는 것만큼 재밌는 일은 없는 것 같다.


이 브런치에서는 창업하는 과정에서의 최대한 디테일한 과정을 남기고, 공유 하고 싶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결과를 접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좋은 결과만을 접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는 사실 과정을 정리하기가 더 어렵기 때문이라고 본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그 때보다 훨씬 더 쌓은 경험을 가지고 이번에는 다른 결과를 만들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