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경제적 목표를 세우고 한 걸음씩 밟아나가는 게 재미있고 보람차다.
몇 년을 돌이켜 보았을 때 자산을 불리는 게 삶의 제1의 목표가 되었다. 혹자는 돈은 목적이 될 수 없다 하지만, 나에겐 그 자체가 즐거움이자 자존심이다. 누가 봐도 객관적인 성공의 지표. 모호하고 상대적인 다른 것과 달리, 정량화할 수 있고, 모두에게 인정받는 자본주의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돈.
자산의 일의 자릿수가 올라갈 때마다 핸드폰 캘린더에 기록하였다. 수익은 일정치 않기에 어느 달엔 한 번도 표시할 수 없었지만 어느 달엔 2번, 3번까지도 기록을 경신할 수 있었다. 요새는 앱에서 본인의 자산을 연결하여 확인할 수가 있기에 틈만 나면 자산을 클릭해 보았다. 가끔씩 생기는 연동의 오류까지 겹쳐 매일 요동치는 자산을 보며 희열도, 절망도 느꼈다. 이미 중독되었지만 나쁘다고 생각지 않았다.
삶은 쳇바퀴처럼 돌아간다. 일어나면 출근하고 퇴근하여 집에 온다. 같은 일을 하고, 같은 육아를 반복한다.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식사시간은 즐겁지만 먹고 나면 사라지는 일회성 즐거움이다. 일과 육아 또한 보람차고, 효능감, 충만감을 주지만 누적되는 행복은 아니다. 나에게 누적되는 건 그래서 자산이다. 핸드폰에 매일 실시간으로 표시되는 나의 자산.
돈을 많이 쌓아놓은 만큼 일상생활에서 쓰는 것에도 큰 부담을 느끼지 않게 되는 것도 기분이 좋다. 하지만 특정 부분에 있어서는 아직도 소비하기 부담된다. 누군가에겐 별것 아닌 것들. 사소하게 몇천 원짜리 애플파이부터 몇만 원짜리 옷. 이런 것들은 오랜 기간 학습된 속박 같은 거라 나이가 들어도, 자산이 늘어도 비슷한 기준일 것이다. 주로 나에게 쓰는 소비는 바꾸기 어렵다. 뭐 이 정도는 애교고 흠이라 할 수 없겠다.
문제가 되는 건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타인에게 하는 소비이다. 아내, 자녀의 범주 바깥에 있는 관계들.
내 부모, 아내의 가족, 나의 형제. 나의 친척, 아내의 친척. 그들에게 선심의 호의는 잘 베풀 수 있을 것 같고 그래온 것 같았지만, 사실 일시적 후원의 성격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것 같다. 그들이 먼저 요청하는 경우엔 나는 먼저 기분이 나빠지고 움츠려 들게 된다. 가족끼리는 돈거래하는 게 아니다는 말을 격언처럼 내 경제관에 강화하여, 내 주변의 모두에게 지속적으로 강요하였던 것 같다.
나는 결국 내 것이 가장 중요하였던 것이다. 내가 쌓아 올린 나의 탑. 그런데 사실 그건 나만 쌓아 올린 것도 아니었다. 아내도 번돈을 나에게 준 것이었고, 아이들도 무탈하게 커가며 거기에 보탠 것이었다. 좀 더 확장해 보면, 나는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졌는가? 내가 돈을 벌기 위해 현재의 나를 만든 사람은 누구인가를 생각해 보면 온전한 나의 과실은 없는 것이다. 우리 모두의 공동의 탑을 현재 내가 관리한다는 이유로 나는 그것을 내 것처럼 아끼는 것을 넘어서 나만의 소유물로 만들고 독점하고 있었다.
아내가 아내의 가족을 돕겠다고 했을 때 나는 그러라고 했다. 그리고 그 돈을 어디에 쓰는 건지,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는 건지, 일회성인지 지속적으로 도움을 드려야 하는지. 예전처럼 반복하여 캐물었다. 나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있겠지만 상대를 위축시키려 하는 의도도 분명 있었으리라. 자금의 주인이 내 것이다라는 지배욕구와 함께, 다시는 이러한 요구를 하지말아달라는 경고의 의미도 담겨있었을 것이다.
그 돈의 크기는 고작 아내의 한 달 치 월급정도이었음에도.
아내는 눈물을 흘렸다. 돈을 도대체 왜 버는 거냐고, 내가 사랑하는 가족도 도와줄 때 이렇게 눈치를 봐야 하는 거라면 우리의 저금, 투자의 목적은 도대체 뭐냐고. 우리는 이미 충분한 돈을 가지고 있지 않느냐고.
공동의 돈을 남편이 관리하긴 하지만 그곳에 자신의 몫은 없는 것 같다며 속상해했다.
" 나는 내가 열심히 벌어서 내 남편 내 아이들, 그리고 우리를 보듬고 아껴주는 사람들에게 돈을 쓸 때가 가장 행복하고 보람차" 아내가 말했다.
사실 나도 알고 있었었고 매일 인식하고 있었어야 하는 정답이다.
돈은 그 자체로서 즐거움일 수 있으나, 최우선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오늘도 아내의 속상함으로, 눈물로 그 진리를 비싸게 다시 깨우치고야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