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을 위한 글쓰기

by 설유

끝도 없이 밀려드는 생각 때문인지 마음이 늘 무거운 요즘이다.

머릿속은 온통 조각난 이야기들로 뒤엉켜 있는데, 어디서부터 꺼내야 할지조차 막막하다.

마음속에 얽힌 실타래를 어떻게든 풀고 싶어서, 오늘은 이 작은 종이 위에 조심스레 나를 펼쳐보려 한다.

비록 뒤죽박죽이더라도, 지금의 나를 가장 솔직하게

담을 수 있는 건 이 글뿐일테니까.


며칠 전, 투명하게 번져가는 햇살이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 아래, 무더운 공기가 한낮의 골목을 감싸고 있었다.

나뭇잎들은 여름을 머금은 채 짙은 초록으로 빛나고 있었고,

골목을 메우는 아이들의 순수한 웃음소리 사이로 청량한 바람결이 스며들어 한여름의 무더위를 잠시 잊게 했다.


모두가 생기 넘치게 살아가는 듯한 계절이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 활기찬 풍경 속에서 한 발짝 물러서 있는 기분이었다.

세상이 온통 뜨겁게 타오르는 이 한가운데에서, 나는 왜 이토록 차가워져 가는 걸까.

여름은 마치 확신을 가진 사람들만이 견뎌낼 수 있는 계절처럼 느껴졌고, 나는 그 확신 하나 없이 제자리걸음만 반복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모두가 앞을 향해 나아가는 계절 속에서, 나만 혼자 뒤처진 듯한 느낌에, 나 자신이 점점 어색해지는 요즘이다.

철새들의 무리 속 뒤떨어져 버린 새 한 마리가 무리를 쫓아가지 못한 채 바다로 추락하듯이, 나 또한 끝없는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그 어색함은, 마치 잊고 지냈던 조각들을 스스로 꺼내보게 만드는 힘 같았다.

내가 기억하는 나의 순수한 모습과 거울 속에 비치는 지친 나의 모습, 기억과 현실의 괴리감은 자꾸만 과거를 회상하도록 했다.

이러한 과거의 미련조차 버리지 못한 준비되지 않은 나를 세상은 끝없이 앞으로 잡아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아직 성장할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다.

내가 무엇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떤 것을 바라는지 전혀 모르겠다.

가장 가까워야 할 나라는 존재가 오히려 가장 멀게 느껴지는 지금, 5년 후면 어른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두렵기만 하다.

이런 나인데 어른이 된 후의 나는 나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나로서 나를 인정해줄 수 있을까.

그 확신이 서지 않아서, 한 걸음 내딛는 것조차 머뭇거리게 된다.


그럴수록 나는, 지금의 나를 자꾸만 들여다보게 된다.

아직은 낯설고, 여전히 흔들리는 모습이지만, 지금 이 불안하고 유약한 마음도 언젠가는 나라는 사람을 이루는 조각이 되지 않을까 하고.

지금의 혼란이 꼭 잘못된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것은 모든 걸 다 아는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몰라서 고민했던 시간까지 껴안고 가는 사람으로 자라는 것 아닐까.

나는 아직 나를 모르지만, 그래도 매일 나를 마주하며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언젠가는 조금씩 나에게 가까워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나는 준비되지 않았지만, 그렇기에 더 진짜인 나일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나에게 말해본다.

그렇게 나는, 아직 모르는 나를 매일 조금씩 이해해가고 있다.


내게 돌아가고 싶을 만큼 행복했던 과거와, 조금은 흔들릴지라도 그래서 더 특별한 현재가 있다는 것은 더욱 빛나는 미래가 존재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인생의 하나의 큰 화폭이라면, 나는 화폭 속에서 작은 붓을 들고 화폭의 모서리부터 차근차근 색을 칠해가는 화가일 것이다.

어디에 어떤 색을 칠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기도 하고, 가끔은 내 뜻대로 그려지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나는 멈추지 않고 조금씩 나만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아직은 그림 전체가 어떤 모습일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이 모든 흔들림과 망설임까지 어우러져 하나의 완성된 작품, 하나의 이야기가 될 거라고 믿는다.

지금의 불완전한 내가, 언젠가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힘이 되어줄 테니까.


이 글을 쭉 써내려오면서 하나의 다짐을 하게 되었다. 비록 아직은 흔들리고 서툴지만, 오늘의 고민과 망설임 위에 천천히 나를 쌓아가겠다고.

지금은 작은 걸음이지만, 그 걸음들이 모여 언젠가는 단단한 나를 만들어줄 거라는 믿음을 품고 나아가겠다.

흔들려도 괜찮으니, 멈추지 말자고.

조금 느려도 괜찮으니, 나를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 보자고.

나는 그렇게, 오늘 이 글 위에 나만의 다짐을 조용히 새겨본다. 언젠가 완성될 나를 위해, 지금 이 순간을 진심으로 살아내자고.


나는 이 수필을 써 2025학년도 교내 백일장에서 전체 1위를 했다.

작년에도 백일장에서 수상해보긴 했지만, 1등이라는 게 그 자체로 의미가 있었기에 아직도 이 수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수필이다.

백일장을 준비하면서 내 글쓰기 실력과 함께 나도 성장했음을 알 수 있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나는 항상 희망적이고 우리 사회를 더 밝게 만들자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수필만을 써왔었다.

그러나 중학교 2학년이 되고 나에 대한 생각과 고민이 많아지면서 수필의 방향성이 나의 흔들림을 담아내는 쪽으로 바뀌었다.

사춘기를 겪으면서 느꼈던 흔들림, 불안함, 어려움까지 모두 수필에 담아내다 보니 나도 몰랐던 내 마음을 진솔하게 쓰여진 나의 글이 비추어주는 것 같았다.


나는 앞으로도 힘들 때마다 글을 쓸 것 같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키보드를 잡고 글을 쓰는 순간만은 내 세상 속 주인공이 내가 되기 때문이다.

글을 쓰면서 나는 내 마음을 정리하고, 혼란스러운 생각들을 한 줄 한 줄 풀어낸다.

누군가를 위해, 또는 어떤 특정 결과를 위해 쓰여진 글이 아닌, 정말 나를 위한 글을 쓰면서 나는 글과 함께 성장해왔다.

앞으로도 나를 위해 글을 쓰는 것을 멈추지 않을 거다.

그게 백일장이 되었든, 내가 소장하기 위한 수필이 되었든, 출간하기 위한 소설이 되었든.

그리고 그렇게 쌓인 글들은 언젠가 내가 나를 이해하고, 나를 지켜주는 힘이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