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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by 찬란

인간관계에 있어서 마음은 일방적인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마치 양쪽이 줄을 잡고 있는 것과 같아서, 한 사람이 당기거나 느슨하게 하거나, 혹은 놓으면, 그런 작용 하나하나가 상대방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내가 어느 누구에 대해 느끼는 마음은 따라서 오로지 나의 것이 아닌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오로지 내 책임이고 잘못 혹은 탓도 아닌 것이다.


사람 감정이라는 게 0과 1이나, 온오프 스위치와 같진 않아서, 당연하게도 상대방의 말과 행동, 상대방으로부터 느껴지는 감정과 나에 대한 마음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멀어짐을 느꼈고, 내 잘못인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내가 이 사람을 충분히 사랑하지 않아서, 단순히 이 사람의 모든 것을 백 프로 믿어주지 못해서 내가 오히려 마음이 소홀해진 것일까? 이전까지의 관계와 함께하는 시간과 추억이 너무나도 소중했지만, 그걸 망각하고 마음이 식어버린 게 나인가?


시간이 흐르고 우리는 과거가 아닌 현재를 산다. 과거의 일들, 추억들, 함께한 좋은 기억들이 그저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이 아니다. 현재의 멀어짐이 그때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럼에도, 그런 과거가 있었음에도 현재도 그럴 거라는 보장, 미래도 변하지 않을 거란 확신은 못하듯이, 그저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고, 그게 누구 한 사람의 온전한 잘못이나 책임이라고 감히 말하지도 못하는 것이 관계라고 생각한다. 각자의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길이 완전히 포개어질 수 없다는 것은, 때로는 같은 방향으로, 비슷한 속도로 나아가다가도, 조금은 멀어지고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가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앞으로의 길이 너무도 달라져서 뒤를 돌아보아도 만난 지점이 보이지도 않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함께했던 모든 것이 부질없고 허무하고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그러한 소중한 과거의 기억들을 가지고, 뒤로 돌아갈 순 없지만 때로는 가끔 뒤를 돌아보며 회상하고 기억하고 추억하며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이 삶에 있어서 그 어떤 것도, 무의미한 것은 없다. 모든 안 좋은 일, 불행, 최악의 상황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러니, 관계에 있어서, 미래를 걱정하고 과거만 회상하기보다는 현재에 최선을 다하자. 현재가 과거가 되었을 때 후회하지 않고, 미래가 불안이 아닌 기대가 되려면, 현재를 있는 힘껏 최선을 다해 해내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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