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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by 찬란

지나간 일들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 순간에는 굉장히 즐겁고 행복했고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다고 느낀 추억들도, 얼마 지나지 않아 희미해지고 옅어진다. 다시 그때를 기억해보려고 하면, 좋았다, 나빴다 정도는 기억이 나지만, 그 순간 누구와 언제 어디를 왜 가서 무엇을 하고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 세세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나도 그 순간 불어온 바람과 코끝을 스친 향기와 살결에 느껴진 모든 것들을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또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일도, 그렇게 생생하게 기억나지 않는 것에 이유가 있다면, 그 순간에 취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계속 뒤돌아보지 않을 수 있기 위해서가 아닐까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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