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껏 연애를 하지 않고 살아온 순간들에 대해서 한 번도 조급함을 느끼거나 속상해하지 않았다. 나는 내 삶에 대한 만족도가 너무 컸고, 내가 연애를 시작하고 싶은 상대방이 있지 않는 한 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나는 혼자여도 괜찮을 때 비로소 연애를 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생각을 했었고, 연애를 하고 싶을 때 연애를 하는 것은 더 큰 집착과 불안만 불러일으킬 뿐일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내가 완벽하진 않지만, 나름 꽤 마음에 드는 외모와, 성실하고 정직하고 배려심 있는 내면을 갖고 있는 나를 사랑한다고 생각했다. 내게 관심을 표시하거나 호감을 드러내는 사람이 없는 것은 내가 못나서가 아니라, 다만 이렇게 좋은 소중한 사람인 나를 아직까지 발견하고 알아봐 준 사람이 없는 것이라 생각했다. 때문에 그저 연애할 사람을 탐색하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 있는 자리에서 더 나은 사람, 더 멋진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면 자연스럽게 그런 좋은 사람이 나를 찾아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어찌 보면 안일한 마음이었나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연애를 원하고 노력하지도 않으면서 있는 자리에 좋은 사람이 먼저 제 발로 찾아와 주기를 바라는 것이 어쩌면 이기적인 것일까? 그토록 노력하고 애쓰고 갈망해도 마음처럼 할 수 없는 것이 연애인데, 그 정도로 원하지도 않을 때에 연애를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착각이었던 걸까? 과연 이 긴 기간 동안 좋은 사람이 찾아오지 않았다는 것이, 내가 못나서가 아니라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스스로에 대한 확신과 견고한 가치관은 점점 나에 대한 의심과 불안으로 이어졌고, 나 자신의 가치에 대해 내가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던 것인지 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꿈꾸던 건강한 마인드의, 연애가 인생의 전부가 아닌, 나 자신에 집중하고 나를 위한 삶을 살아가며 인생을 기다리는, 그런 내가 아니라 남들의 시선과, 사회의 시선 등을 의식하고 점점 건강하지 못한 생각들에 사로잡혀 가는 나를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