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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기에 앞서

by 찬란

안녕하세요, 찬란입니다.



별 거 아닌 제 글이 어떠한 우연한 경로로라도 여러분에게 전해졌다는 사실만으로, 굉장히 반갑고, 기쁘고, 벅찹니다.


저는 성실하게 매일 있었던 일을 일기로 쓰는 사람은 아닙니다. 오히려 고등학교 시절, 국어를 가장 싫어하고 못했고, 읽는 것도, 쓰는 것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일기를 꾸준히 쓰려고 시도해 본 적도 있기야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제가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는 건, 제 기억으로는 고3 대학 입시를 겪으면서부터입니다. 물론 이때도 매일매일 꾸준히 일기를 쓰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일기를 쓴 날은, 글로 기록되어 있던 날은, 그만큼 많이 견디기 힘들고, 벅차고, 어두웠던 날들이었습니다. 빈 종이에 이 무거운 감정들을 쏟아내어 휘갈겨 쓰지 않고는 도저히 못 배길 것 같은 날, 그런 날만 일기를 썼습니다. 그 일기장은 누구에게 차마 보여주지 못할 정도로 어둡고 칙칙한 저의 내면과 감정과 생각들이 담겨 있습니다.


지나고 보니 깨달았습니다. 그래도 그 힘든 시기를 어떻게 견뎌냈냐고 누군가가 물어본다면, 그리고 그 시기를 겪고 있는 누군가가 저에게 조언을 구한다면, 그래도 조심스레 나마, 저에게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던 방법이라고 소개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문득 그 일기장이 궁금해지면, 다시 펼쳐보곤 합니다. 그 시절들의 아픈 감정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일기를 보면서, 그래도 한편이라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그 일기를 쓸 당시 너무도 힘들었던 것들이 떠오르면서도, 지금은 괜찮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그 일기를 봐도 '그땐 그랬지'하며 넘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 중 누군가도, 어떤 폭풍 같은 상황 속에 있을지라도, 다 견뎌내고 이 또한 지나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실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가장 싫었습니다. 어른들이 하는 그때가 좋을 때인 거라는 말이 무책임하게 느껴졌습니다. 나는 지금이 전부인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괜찮아지지 않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데, 내가 지금 너무나도 아플 때는 그런 말들이 위로로 들리는 것이 아니라, 타인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하지만 살다 보니 그 말들이 항상 옳지는 않을지언정, 100% 정답은 아닐지언정, 듣는 사람에게 큰 위로가 되어주지는 못할지언정, 위로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하면서도 대체로 옳은 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말들을 너무 싫어하는 입장이지만 해줄 수 있는 그나마 가장 좋은 말이 그것밖에 떠오르지 않는.


제 글이, 저의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과, 가치관을 담고 있고, 저도 이 또한 언제 어떻게 바뀔지 감히 예측하지도 못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저에겐 종종 이 생각들이 저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깊어지고, 따뜻한 사람이 되게 해 준다는 느낌이 드는데, 그 느낌이 여러분에게도 조금이나마 닿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조금이라도 힘든 겨울을 보내고 계신 분들에게 따뜻한 온기로 다가갈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이만,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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