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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by 찬란

시련과 고통을 겪게 하시고, 그 과정에서 감사함을 느낄 수 있게 해주심에 감사합니다.


내 오른손으로 사람을 만나 술잔을 부딪히고, 좋아하는 운동을 하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실험과 연구를 하고 공부를 할 수 있는 것이 감사한 일이었음을 깨닫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 몸의 일부일 뿐이라고 생각했던 오른손 하나로, 새삼 걸을 수 있는 두 발과, 세상을 알록달록 볼 수 있는 두 눈과, 자유롭게 말하고 들을 수 있는 눈과 귀가 더없이 감사해지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상에는 존재하는 수많은 불행과 고통들 속에서, 나는 무수히 많은 것을 누리고 있다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하지 않을 이유들, 가령 마음에 쏙 들지 않는 외모, 나보다 더 잘나 보이는 주변 사람들, 조금은 답답하고 한심한 내 자신과 같은 것들보다, 내가 행복할 이유들, 행복함에도 충분한 근거들이 훨씬 차고 넘친다는 사실을 깨우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간이란 존재는 참으로 간사해서, 지나고 나서, 끝난 후 다 잃고 난 후 후회와 한탄을 하기 마련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왜 그 순간에는 알지 못하고 꼭 지나고 나서 후회라는 감정에 빠져들까 생각해보지만,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들면서 더욱이 이러한 일상 속의 깨우침에 감사합니다. 이런 깨우침이 없다면, 인간이기에 매사에,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을 실천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조금은 위안이 됩니다.


그렇기에 감사하겠습니다. 속상해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반성하고 성찰하되 또 역시 감사하겠습니다.

내 몸을 소중히 여기고, 감사히 여기고, 당연한 것이 아니라고 믿고 기억하겠습니다. 망각하지 않겠습니다. 설령 망각하더라도 삶 속에서 주시는 깨우침을 놓치지 않겠습니다.


오히려 진정한 감사는, 더 가질 때는 할 수 없는 것일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고통과 고난과 시련 속에서야 비로소 나머지 것들, 내가 이때까지 누려왔던 지녀왔던 것들, 그리고 그 속에서도 희미하게나마 남아 있는 것들에 대한 감사를 깨달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한 귀중한 감정인 감사를, 그런 시련이 닥치고 나서야만 느낄 수 있다면 너무 아깝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매 순간, 이러한 사실을 새기고 살겠습니다. 이런 기회를 주셔 감사합니다.



* 이 글은 특정 종교와 무관한 개인적 성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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