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길가의 물기계
나는 평균 기온이 30도에 달하는 곳에서, 아침이면 이들리나 도사(쌀가루와 녹두를 갈아 만든 빵·전)를 먹고, 오래된 타밀어를 쓰며 갈색 피부와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그 남쪽 끝(타밀나두)에서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아가던 집안의 딸로 태어났다.
2000년대의 우리 집은 코코넛 나무가 가득한 주택 단지 안에 있는 원룸이었다. 모두 1층 집들이었고, 총 12채가 나란히 모여 있었다. 왼쪽 줄에는 주방이 분리된 원룸들이, 오른쪽 줄에는 방이 세 개 있는 큰 집들이 있었으며, 맨 끝에는 유일하게 2층 자리 집이 있었는데, 그 집은 집주인의 집이었다.
우리 집은 파란색 철문이 달려 있었고, 안에는 샤워할 수 있는 작은 공간 하나와 가스를 올려 쓸 수 있는 조리대 하나가 전부였다. 화장실은 집과 분리되어 있었고, 왼쪽 줄 집들을 위해 공동 화장실 세 칸이 마련돼 있었다.
마시는 물은 정부에서 일주일에 한 번 열어주는 수도꼭지 앞에 줄을 서서 받아야 했다. 씻거나 양치할 때 쓰는 생활용수는 길가에 있던 공동 물 기계(손으로 펌프질해야 물이 나오는 수동식 펌프)에서 언제든지 길어올 수 있었다.
그 물 기계는 나의 **최애 휴식 공간**이었다. 거기 앉아 있으면 사람들을 구경할 수도 있고, 아는 사람이 지나가면 먼저 말을 걸 수도 있었다. 엄마, 아빠 모두 일을 하러 나가셨고, 나는 외동딸이었기에 수다스러운 나에게 그곳은 정말 최고의 자리였다. 그 길을 지나는 누구든 내 눈앞에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너 어디 학교 다녀?”
“아, 초딩이구나.”
“혹시 여기 구루라는 사람 집이 어디 있는지 알아?”
“반대쪽 골목 왼쪽 두 번째 집이요, 빨간 게이트문이요.”
“소르나, 우리 이모가 카리암만(인도 여신) 사원에 간대. 너도 같이 갈래?”
“그래, 가자!”
이런 식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이 내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다.
우리는 1년에 세 번 정도 새 옷을 입었다. 그게 바로 생일, 디왈리(Deepavali), 퐁갈(Pongal) 이 세 날이었다.
추석과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디왈리*든, 설날과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퐁갈*이든, 그날만큼은 새 옷을 입고 친구들에게 누구보다 먼저 인사를 해야 한다는 마음에 들떠 있었다. 그래서 그런 날이면 엄마가 불러도 집에 들어가지 않고, 물 기계 옆에서 밤을 새우곤 했다.
그 물 기계는 나의 **최고의 휴식 공간이자, 세상을 훔쳐보는 창문이자, 가장 친한 친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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