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이라는 결핍

지구의 하늘에는 별이 빛나고 있다_서평

by 혜령

나는 60%의 물과 이 별에서는 나지 않는 우주먼지 속 많은 원소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마도 이 원소들은 내가 태어나기 전, 이미 죽은 이들의 어느 한 부분들이 모여서 다시 나로 순환된 걸 거다. 나는 천년 전 죽은 어느 화랑의 귀를 구성하던 단백질의 일부이며, 오백 년 전 몽골에 살았던 양치기의 입술 속 철분 조각, 백 년 전 어느 양심 있는 갑부가 독립운동가에게 내어 놓은 땅문서를 잡았던 손, 그 손톱 끝 케라틴으로 구성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런 걸까 내 몸은 늘 회귀본능을 느낀다. 뭔지 모르지만 분명한 낯섦, 허전함, 외로움. 이런 감정들을 나는 회귀본능이라고 부른다. 내가 돌아갈 곳은 지구의 어느 낮 선 시대일 수도 있고, 아직 우리에게 닿지 못한 전파를 보내고는 결국 멸망해 버린 어느 행성의 천문학자의 집일지도 모른다.


지구의 하늘에는 별들이 빛나고 있다.

이 문장을 인터넷에 검색해 봤는데 소설제목으로 밖에 나오지 않았다. 실망이다. 실제 사건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노련한 소설가에게 너무나 설득당한 내가 분했다. 그 작가의 주인공은 우리 은하의 중심부에 있는 다른 행성에 살고 있다. 그 행성에서 그는 병을 앓고 있다. 그 병으로 인해 의식을 잃을 때면 그는 환각을 본다. 어린 시절 그는 그 병을 앓는 사람들만 살고 있는 행성이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다른 행성에서 병을 앓고 있는 그는 말한다

“내 상태는 나의 일부다, … 내 입장에서(병이) 낫는다는 것은 나와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을 뜻한다 다른 사람들 입장에서는 자신들과 같은 사람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이니 아무 상관도 없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나를 버리는 것이다 내 모든 것을 버리는 것이다.”

같아지지 않아 다름을 택하는 그를 보면서 지구에서의 다름을 생각해 본다.


다름이란 보는 이들의 결핍에서 비롯된다. 내가 갖지 않은 것을 가지고 있는 자의 상태로 치환하여 보는 이름. 그것이 다름이다. 우리는 모두 다르기도, 같기도 하지만 그것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내가 지구에서 보는 것과 그가 살고 있는 행성에서 보는 것의 차이만큼 크다.


주인공이 살고 있는 행성에는 해가 지지 않는다. 아니 별들이 적당히 가까운 거리에 셀 수 없이 많기 때문에 언제나 빛이 존재한다. 그들에겐 어둠이 없다. 그런 행성에서 수천만 년을 살아온 생명체들은 쉼(/잠)이 필요하지 않은 존재로 진화되었다. 그런 사람들 속에서 그는 기면증을 앓고 있다. 주기적으로 일정시간 동안 의식을 잃어버리는 것, 지구에서는 잠이라 부르는 그 당연한 의식이 그곳에서는 불치병으로 취급된다. 사람들은 기면증 환자들이 잠을 자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고 그들은 잠을 자지 못해 정신과 행동의 장애를 가지게 된다. 불치의 병자가 된다. 다름이 장애가 된다.


나는 지구에서의 장애도 어느 행성에서는 일반적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들의 조상이 십만 년 전에 지구에 안착하였고 그들의 후손 중 누군가가 지구의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결과를 우리는 장애라 부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는 농담 같은 이런 이야기가 우주에서는 통용될 수 있는 이유를 작가는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분명히 지구에 생물이 살 가능성이 극히 낮다 하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 그리고 은하에는 가능한 모든 확률을 상쇄할 정도로 많은 별이 있다 가능성이 있다면 존재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가능성이 곧 존재가 되는 우주. 우리는 그 우주의 조각들로 구성된 채 지구 위에 살고 있다. 그러니 우리에게 모든 가능성은 곧 실행할 이유가 된다.


우주의 별들을 생각하면 나의 백 년의 역사동안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인다. 별의 먼지에서 태어나 다시 별의 먼지로, 백 년 뒤 누군가의 눈이나 입술이 될 내 몸은 어쩌다 지금 나의 의식과 만나 고통과 환희를 느끼는 한 사람이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 어떤 이유도 없음을, 같고 다름의 결핍에서 주의 깊은 배려로 내 우주를 빛나게 할 수 있음을 느낀다.


우주를 빛의 속도로 달려간다 하더라도 십만 년은 걸려야 도착할 수 있는 행성에서 다시 우리에게 보내올 메시지를 기대하게 하는 책이었다.


다섯 번째 감각 중 첫 번째 소설 “지구의 하늘에는 별이 빛나고 있다” – 김보영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