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한문장 #1115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는 방법은 신발끈 묶는 것을 시작하는 것이다.

by 미스터Bit

몇 주 만에 아침 조깅 10km를 뛰었다. 달리기에 올바른 자세가 갖춰지기도 전에 설익은 열정으로 무리해서 뛴 것이 무릎 손상으로 돌아왔고, 한동안 걷는 것조차 힘들었기에 뛰는 것은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기 전에 뛸 수 있는 거리만큼 부담 없이 뛰어보자는 각오로 영하의 날씨에 오랜만에 새벽 문을 열고 나왔다.


달리기의 매력 중 하나는 내 몸의 쓰임을 균형 있게 사용했을 때 오래 달릴 수 있다는 점이다. 무릎이 아프고 골반이 아프고 발목이 아픈 이유는 내가 내 몸을 올바르게 쓰지 못한다는 증거이다. 골프도 몸의 메커니즘이 정확히 이어져야 제대로 된 스윙이 나오는 것처럼, 달리기 역시 자세가 올바르지 않으면 절대 제대로 달릴 수 없다. 숨쉬기처럼 누구나 본능적으로 할 수 있는 달리기지만, 제대로 하기 위해 많은 애정이 필요하기에 나는 달리기가 재밌다.


탄천에서 시작해 양재천 합류 지점까지 3km쯤 달리니 무릎에 신호가 왔다. 양재천 상류로 조금 더 달렸으나 무릎은 나아지지 않았고, 오늘은 그만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반대편에서 많은 이들이 역동적으로 달려왔고 나도 모르게 고무된 에너지를 받아 더 달리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 차 자세를 고쳐 잡았다. 킬로당 7분이 넘는 속도였지만, 어쨌든 나는 무릎도 무리하지 않은 채 10km를 채웠고, 다시 한번 삶은 타인들의 에너지를 연료로 제공받아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2~3년을 꾸준히 착실하게 러닝의 내공을 쌓은 친구들과 함께 달리면서 금방 그들과 같은 레벨이 될 수 있을 것만 같았고, 어쩌면 나는 러닝 자체와 친구들의 공들인 시간들을 과소평가했기에 무릎 손상이라는 대가를 치르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인생에서는 어떤 일이 있어도 하룻밤에 만리장성을 쌓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입으로는 잘난 체하면서, 정작 내면의 무의식에서는 삶의 진리에 대하여 여전히 겸손하지 못한 나를 오늘 또 달리면서 발견하게 된다.


마라톤 완주 방법에 대한
수만 가지 조언과 연구가 있지만,
역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조언은
신발 끈 묶는 것부터 시작하라는 것이다.


찬 바람이 불고 달리기 하기 이롭지 못한 환경들이 최소 서너 달 때쯤 이어지는 초겨울 목전에서 아마 나는 앞으로 새벽 신발 끈을 묶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십만 개쯤은 찾게 될 것이다. 이번에는 이런 나태함을 잘 극복하여 내년에는 42.195km 마라톤 풀코스 완주에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