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 타신 노부부 이야기

by 예당

시내버스를 탔다. 버스 기점 출발 전이라 차 안은 한산했고, 중간 좌석에는 노부부가 나란히 앉아 계셨다. 잠시 후, 노부부 중 남편분이 뭔가를 찾는 듯 두리번거리더니 기사님께 양해를 구하고 급히 버스 밖으로 나가셨다. 그러자 곁에 앉아 있던 아내분이 작은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지갑을 찾으러 가셨어요.”


버스 출발 시간이 다가왔고, 기사님은 잠시 기다리다가 결국 문을 닫았다. 정해진 시간에 맞춰 운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버스가 몇 백 미터를 달린 뒤 신호 대기로 멈추자, 남아 있던 아내분은 조용히 가방을 챙겨 내리셨다. 남편을 기다리러 어쩔 수 없이 가신 것 같았다.


그 장면은 짧았지만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조금만 더 기다려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시내버스는 공공 교통이니 출발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도 분명 있었다. 사실 나 역시 후자에 가까웠다. 한두 명이 아닌 수십 명의 승객이 하루 일정을 맞추려 애쓰는 공간이니, 모두의 시간을 지키는 것이 예의일 수 있다.


만약 기사님이 출발 전에 다시 어르신께 의사를 물었다면, 아마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답이 돌아왔을 것이다. 그 사이 버스는 늦어졌고, 그로 인해 하루 일정을 맞추기 어려운 승객들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눈에 보이지 않는 피해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는 그때의 출발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마음 한켠에는 남편을 따라 버스에서 내리시는 아내분의 뒷모습이 아른거린다. 두 분에게 그 지갑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하루 전체를 흔들어 놓을 작은 변수였을 테니까.


시간은 늘 우리 앞에서 선택을 요구한다. 모두의 이익을 지킬 것인가, 눈앞의 온기를 위해 멈출 것인가. 출발한 버스와 내린 어르신의 모습은, 우리가 살아가며 마주하는 수많은 선택과 갈림길의 축소판 같았다.


버스 안 노부부의 모습을 바라보며, 우리는 저마다의 감정으로 이 장면을 받아들인다. 누군가는 원칙을, 또 누군가는 배려를 떠올린다. 삶의 여러 순간에서 우리 역시 공공과 개인, 원칙과 예외 사이의 선택 앞에 서곤 한다. 그럴 때마다 ‘어떤 선택이 더 나은 선택인가’ 하는 질문이 마음속에 남는다.


완벽하지 않은 현실이지만, 서로를 이해하는 시선에서부터 더 좋은 하루가 시작된다는 것을, 이 작은 에피소드가 다시 한번 일깨워 주는 듯하다.

작가의 이전글루틴이 인생을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