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흔드는 작은 시작
중학교 1학년 미술 시간, 나는 처음으로 ‘칭찬’이라는 선물을 받았다.
특별히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그저 손 닿는 대로 만든 작품이었는데, 선생님은 그걸 유심히 보시더니 내게 다가와 말씀하셨다.
“이거, 참 멋있다. 교내 미술 전시에 내자.”
어린 마음에 그 말은 세상 가장 반짝이는 보석 같았다. 내 손끝에서 나온 것이 누군가의 눈에 ‘멋있다’고 비쳤다는 사실, 그것이 내 안에 깊이 새겨졌다.
그 작품은 단순했다. 주위에 굴러다니던 철사와 털실을 사용해 만들었다. 철사를 다양한 크기로 둥글게 만들어 링을 만들고, 그 위에 색색깔의 털실을 돌돌 감아 붙였다. 원색의 동그란 철사들이 이어져, 불규칙하게 매달린 모빌처럼 움직이는 구조물. 바람이 불 때마다 색감이 서로 부딪히고 흔들리며 새로운 조화를 만들어냈다.
그때는 ‘조형’이라는 단어조차 몰랐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작품은 지금의 나를 닮아 있었다. 재료를 바꾸고, 형태를 바꾸고, 손끝으로 붙이고 꿰매면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는 감각. 촌스럽기는커녕, 지금 생각해도 제법 세련된 디자인이었다.
그 후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되었다.
별생각 없이 만든 과제물들이 늘 선생님의 선택을 받았다. 꾸준히 잘한다는 칭찬을 듣는 아이는 아니었지만, 미술만큼은 나를 다르게 바라보는 눈길이 있었다. 그것은 어린 시절의 나를 지탱해 준 몇 안 되는 기억 중 하나였다.
그러나 그 길을 일찍 걸을 수는 없었다.
집안 사정은 어려웠고, 부모님의 관심은 생계에 더 쏠려 있었다. 예술을 배우고 싶다는 마음은 애초에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나는 그냥 공부와 생활 사이를 오가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일찍 적성에 맞는 길을 가지 못했다고 해서 내 인생이 멈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늦은 나이에 내가 좋아하는 공예를 만나고, 그 길 위에 묵묵히 나를 쌓아온 지금이 더 값지다.
당시 털실 모빌이 흔들릴 때마다 빚어내던 원색의 조화처럼, 내 삶도 우연히 맞물린 인연과 늦게 찾아온 기회들이 뒤엉켜 지금의 빛깔을 만들었다.
그 빛깔은 늦게 핀 꽃 같지만, 더 깊고 단단하다.
나는 이제 안다.
칭찬 하나가, 인정의 순간 하나가 사람의 마음에 어떤 파장을 남기는지.
중학교 1학년 교실에서 흔들리던 그 작은 모빌처럼, 나는 아직도 흔들리며 빛을 낸다. 그리고 언젠가 내 손끝에서 나온 작품이 또 다른 누군가의 마음을 흔들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