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상하다

분주한 아침 아이와 실랑이하며....

by 헤세드



8세 3세 두 딸을 키우는 워킹맘이다.

남편은 근무지가 멀어 일찍 나가고, 아침에 친정엄마가 오셔서 둘째를 옷 입혀 바로 옆 친정집으로 데려가신다. 그곳에서 밥 먹이고 머리 빗겨 아침 등원을 담당하신다. 그사이 나는 내 출근준비와 함께 첫째를 깨워 먹이고 입히고 머리 빗겨 차에 태운 뒤, 내 출근길에 첫째를 학교 앞에 내려주는 시스템이다.


오늘 아침 일이다. 친정엄마가 실수를 하셨다. "엄마, 이거 하지 말라니까(화내는 말투 아님)"

"아, 몰라. 내가 요즘 깜빡깜빡해. 몰라. 나한테 뭐라고 하지 마라."

70대이신 엄마가 요즘 기억력이 부쩍 안 좋아지긴 하셨다. 몰아세우지 말라는 의미이다. 나는 바로 입을 다물었다. 이후,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엄마는 내게 버럭 화를 내며 아이를 데리고 가셨다. 본인은 화낸 지도 모르실 게다. 원래 말투가 톤이 높고 화가 뒤섞여 있다. 본인은 나와 다른 의견을 내신 건데, 듣는 내 입장에선 화 투성이다. 순간 울컥였다. '내로남불. 본인은 옳고, 남은 잘못되었고.' 어린 시절부터 십수 년간 엄마는 본인의 우울과 불안, 분노를 어린 자녀들에게 풀어댔다. 그리고, 언니와 나를 쥐 잡듯이 잡들이 했다. 온갖 폭언, 머리채 잡힘은 기본이며,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틀에서 조금이라고 벗어날 시에 늘 잡들이 해댔다. 일례로 본인이 불면에 시달려 한낮에 잠시 잠이 들었는데, 거실에서 우리의 움직임으로 깼다며 이런 것으로도 화를 내고 잡들이 했다. 뿐만 아니라, 누군가의 말과 행동이 본인 비위에 맞지 않아 본인의 내면이 흔들린 날이면 어김없이 더 잡들이를 해댔다. 울컥거리는 내면의 어린아이(내 안에 상처받은 수많은 나)를 부여잡고, 다시 출근 준비를 했다.


화장을 하고 있는데, 첫째가 머리를 묶어주라 화장대로 왔다. "OO아, 묶을 분무기와 머리끈을 챙겨 와야지." 첫째도 아침이 피곤한지 괜스레 발을 퉁퉁 구르고, 입은 나와서 몸을 튼다. 순간 화가 났다. "OO, 너 이리 와. 지금 무슨 행동이지?" 첫째는 표정이 굳어 말이 없다. 되려 딴청을 피우고 입에 침을 머금은 채 장난을 친다. 더 화가 났다. "OO 안 되겠다. 지금 네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혹여 엄마가 생각하지 못한 엄마의 잘못이 있다면 잘 생각해 보고 다시 와." 아이가 칭얼거린다. "예쁘게 말해주면 좋잖아요." "내가 지금 예쁘게 말하게 생겼니? 네가 날 함부로 하는데, 어떻게 말이 예쁘게 나오니? 화내지 않는걸 다행이라 여겨." 아이는 화장대 옆 침대에 누워 멍 때린다. 여기서 끝나면 좋을걸 난 더 쏟아냈다. "OO, 너. 아침에 엄마는 뒷전이고 너부터 챙기고 허둥지둥 준비하는데, 엄마의 배려를 네가 이런 식으로 표현한다면 난 널 배려할 필요가 없다. 너 누군가가 너한테 함부로 하면 잘해주고 싶겠니? 거리 두고 싶지 않겠어? 내일부터 널 세 번 깨우고 일어나지 않으면 오늘 쉰다고 선생님께 전화드릴 거야. 그리고, 엄마가 배려했던 모든 것에 최소한 깨우기, 밥 차리기, 머리 빗겨주기만 할 테니 이불을 정리하는 것부터 모든 걸 네가 하길 바라." 아이는 칭얼거린다. 그제야 죄송하다라고. 그렇게 서로의 기분이 상한 채 차를 탔고, 학교 앞에 내려줬다. 아이 표정이 어둡다. 내 마음도 속이 상한다. 후회된다. 혼란스럽다. 잘한 게 맞는지. 이렇게 마음에 남는 걸 보면 내가 좀 오버한 게 맞지 않나 싶다.


30만큼만 혼내면 될 것을 나는 80만큼 혼내고 언성을 높였다. 이 50은 어디서 온 것일까? 나는 안다. 내 어린 시절이라는 것을. 실수가 용인되지 않고, 안 해도 될 것이 용인되지 않은 내 어린 시절. 내 아킬레스건이다. 받은 대로 줄 수 있는데.. 난 받은 것이 고함, 언성, 욕, 강요여서.... 이것이 참 쉽지 않다. (물론 엄마에게 받은 사랑도 있지만, 아픈 나를 보듬기 위해 이 부분은 잠시 상자에 넣어두기로 한다.) 엄마에게 토닥임 받지 못해서 상처받은 어린 나들이 여전히 화나 있고, 여전히 슬퍼해서.. 이런 온전치 못한 상태로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되다 보니 참 쉽지 않다. 오늘 같은 날 참 서글프다. 엄마에게 속상하고, 아이에게는 너무 미안하고.. 받은 것 없는데, 좋은 것 주려는 내가 참 안쓰럽고 서글프고...... 내가 글을 쓰려고 마음먹은 것은 딱 하나다. 나의 내면을 좀 더 세밀히 살펴보고, 기록에 남기고, 성장하기 위해.... 나는 나와 친해지고 싶고, 멋진 딸, 아내, 엄마가 되고 싶다. 잘 살고 싶다. 정말이지 잘 살고 싶다. 후회하고 싶지 않다. 엄마처럼 본인의 힘듦을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고 싶지 않고, 엄마처럼 본인이 힘들다고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하고 싶지 않다. 엄마처럼 본인의 낮은 자존감이 건드려질 때, 다른 사람을 욕하거나 험담하고 싶지도 않다. 나의 잘 사는 기준이라 하면, 돈 많고 부유한 것도 좋지만 평안함을 유지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진정으로 사랑하고 마음을 나누며 사는 것 그것이다. 잘 해낼 수 있을까? 삶의 끄트머리에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미소를 머금고 눈을 감을 수 있을까? 그런 나를 치유하고 보듬기 위한 여정에 첫발을 내딘 오늘. 용기 있는 나를 토닥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