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롱불 아래의 교실
그 냄새는 가난의 냄새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리움의 냄새로 남아 있다.
새벽마다 삽과 괭이를 챙겨 들고 집을 나서던 아버지의 뒷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해가 뜨기도 전에 떠나고, 해가 저물어야 돌아오셨다.
낮 동안 들판에서 불어온 흙먼지와 땀 냄새가 옷에 밴 채로,
아버지는 마루 끝에 앉아 묵묵히 손을 씻고 나서야 말없이 저녁을 드셨다.
어린 나는 그 모습을 멀찍이서 바라보며
‘아버지는 왜 늘 말이 없을까’ 하고 생각하곤 했다.
이제야 안다. 그 침묵은 피곤의 산물이자, 가족을 지키는 책임의 다른 얼굴이었다는 것을.
밤이면 집안은 고요해졌다.
호롱불 하나가 방안을 환히 밝히고, 그 불빛 아래에는 언제나 아버지가 계셨다.
나는 아버지 옆에 앉아 종이 한 장을 펴 놓고 글자를 따라 쓰곤 했다.
“이건 기역, 이건 니은.”
굳은살이 박인 손끝으로 글씨를 짚으며, 아버지는 더듬더듬 나를 가르치셨다.
학문을 깊게 하신 것은 아니었지만,
글을 아는 사람만이 세상과 통할 수 있다는 걸 몸으로 아셨던 분이었다.
그래서인지 자식만큼은 꼭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늘 그분의 마음속에 있었다.
그날의 호롱불, 연기에 그을린 벽,
그리고 내 옆에서 조용히 글자를 따라가던 아버지의 손.
그 모든 것이 내 기억 속 첫 번째 ‘교실’이었다.
그분에게 말은 낭비였고, 행동이 전부였다.
묵묵히 일하고, 약속을 지키고, 하루를 성실하게 보내는 일.
그것이 아버지가 내게 가르쳐준 인생의 첫 원칙이었다.
�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아버지의 침묵이야말로 가장 큰 가르침이었다.
호롱불 아래, 세상의 첫 글자를 배우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