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젊은 어머니의 단단한 침묵

어린 우리에게 보여주지 않으려 애쓴 강한 마음

by 황희종

아버지를 떠나보낸 뒤, 우리 집은 깊은 정적 속에 놓여 있었다.
그 적막함을 가장 힘겹게 견딘 사람은 어머니였다.
하지만 정작 어머니는 그 적막을 우리에게 느끼게 하지 않으려고
더 단단하게, 더 조용하게 하루를 살아냈다.

어머니는 눈물을 보여주지 않았다.
울음을 삼키는 모습조차 드러내지 않았다.

어린 내가 보기에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보일 때도 있었다.

아침이면 늘 그렇듯 밥을 차려놓고
평소처럼 손수건 하나 들고 일터로 나갔다.
그 눈빛에 서린 뭔가 아릿한 기운을
나는 그때는 제대로 알지 못했다.


어머니가 의도적으로 감춘 것은
슬픔의 흔적이었는지,
불안한 내일이었는지,
아니면 혼자 남은 삶에 대한 두려움이었는지
어린 마음으로는 읽기 어려웠다.

하지만 오늘의 시선으로 돌아보면
어머니가 우리 앞에서 울 수 없었던 이유는 단순했다.

아이들이 흔들릴까 봐.
그게 전부였다.


아버지를 잃은 집에서
어머니마저 눈물을 보이면
가장 어린 둘은 무너져 내릴지 모른다는 걸
어머니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어머니는 감정보다
생활을 앞세웠다.
눈물보다 밥상을 먼저 차렸다.
슬픔보다 생계를 먼저 세웠다.
이별의 충격보다
아이들의 내일을 먼저 붙잡았다.


저녁 늦게 집으로 돌아오면
지친 몸을 이끌고도
항상 같은 말을 건넸다.

“밥 먹었니? 학교는 잘 갔다 왔니?”

그 말속에는
"고단하다"는 하소연도,
"슬프다"는 표현도,
"힘들다"는 토로도 없었다.

어머니의 하루는 이미 충분히 힘들었지만

그 힘듦을 우리에게 보태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간혹
어머니가 문간에 잠시 서서
한숨인지, 울음인지 모를 숨을 내쉬던 순간이 있었다.
그때조차 어머니는 등을 돌린 채
우리 눈을 피해 짧게 숨을 골랐다.
그리고 다시 평온한 얼굴로 돌아섰다.

그 작은 순간들을
나는 그때는 몰랐다.
그저 지나쳐 가는 어른의 모습으로만 보았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그 짧은 순간들은
어머니가 스스로 감정을 다잡는
유일한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어머니는 슬픔을 드러내는 대신,
아이들의 불안을 삼켜냈다.
자신의 울음을 감추는 대신,
우리에게 평범한 하루를 장만하려 했다.


그렇게 어머니는
무너지는 마음을
생활로 덮어두었고,
흔들릴 것 같은 순간을
침묵으로 꿰매어 다시 이어 붙였다.

어린 나에게 보여주지 않으려 애쓴 그 강한 마음이
결국 우리 가족의 버팀목이었음을
나는 어른이 된 뒤에야 깨달았다.

어머니의 침묵은 약함이 아니라
아이들을 살리기 위한
가장 단단한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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