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집안을 지키기 위한 그날그날의 헌신들
아버지의 장례를 조용히 치르고 군북 집으로 돌아온 어머니는
집 안에 남아 있던 아버지의 흔적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정리했다.
물건 하나하나에 미련을 두지 않는 그 모습이
어린 내 눈에는 차갑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훗날 깨달았다.
그 차가움은 마음을 지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홀로 서야 한다는 결심의 다른 얼굴이었다는 것을.
더 흔들리지 않기 위한, 어머니의 첫걸음이었다.
그때부터 어머니의 하루는 늘 숨 가쁘게 흘렀다.
아침 해가 뜨기 전 일어나
밥상을 차려놓고 나와 여동생을 깨운 뒤
말없이 일터로 향했다.
“밥 챙겨 먹고 학교 잘 다녀와라.”
이 말 한마디가 하루의 모든 당부였다.
어머니가 어디서 어떤 일을 하는지
그때의 나는 제대로 알지 못했다.
다만, 해가 기울어야 집에 돌아왔고,
일이 일찍 끝나는 날이면
잠시 들렀다가 다시 인근 식당으로 나가 설거지를 했다.
손에 물집이 잡히고, 손끝이 불을 맞은 듯 붉어져도
어머니는 늘 다음 날을 걱정하며 또 다른 일을 찾아 나섰다.
집에 돌아오는 시간은 늘 늦은 밤.
문이 삐걱 열리면 어머니는 말없이 들어와
대야에 물을 받아 발을 씻고
대충 머리를 감은 뒤
몸을 이불에 눕혔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깊은 잠으로 빠지던 순간—
그게 어머니 하루의 끝이었다.
어머니는 단 한 번도
“힘들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오늘은 고됐다”는 하소연도 없었다.
그저
몸으로 버티고,
일로 견디고,
생활로 책임지는 것.
그것이 어머니가 선택한 방식이었다.
그래서 어머니의 헌신은
어떤 특별한 날에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었다.
기념일도, 드라마 같은 장면도 없었다.
대신,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우리 집의 기둥이 되었다.
아침 밥상을 지켜주는 손,
저녁의 빈 밥그릇을 채우는 손,
형편이 모자라면 또 다른 일을 구해 버티는 손—
그 손끝이 우리 가족을 지탱했다.
그 억척스러움이
우리 집을 지켜낸 단단한 힘이었다.
돌아보면
어머니가 보여준 사랑은
말보다 삶으로 더 빛났다.
말없는 침묵,
끊임없는 움직임,
그리고 하루가 끝나면 대야 속에 담겨 있던 피곤함.
그 모든 것이
어머니가 집안을 지키기 위해
날마다 쌓아 올린 헌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