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영어학원을 갔다. 사실 다른 친구들에 비하면 조금 늦게 영어를 접했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부모님은, 학업이나, 공부에 얽매이는 것보다는, 음악, 미술, 체육 등의 과목들을 더 우선시 여기셨던 것 같다. 처음 영어 학원은 나와 한 살 차이가 나는 오빠와 같이 다녔다. 그룹 과외의 형식으로 공부방같이 운영되는 학원이었다. 그때는 알파벳만 겨우 알았고, 당연하게도(?) 자기소개조차도 하지 못했었다.
그 학원을 몇 개월간 다니면서, 기본 자기소개와 몇 가지의 기본 단어를 배웠다. 그렇지만, 여전히 영어의 레벨을 1-10으로 나눌 때 0.2 정도는 됐으려나 싶다.
그러다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서, 부모님으로부터 당시로서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인도로 아빠가 발령이 나서 내년에는 인도에 가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어린 나는, 미국이나 영국도 아니고 인도라니라는 생각에 너무나 싫었다. 초4인 나에게 인도는 덥고, 더럽고, 소위말하는 후진국의 느낌이었다. 그래서 안 가고 싶었다. 그렇지만 어린 나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그게 어쩌면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느껴본 절망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인도행이 확정이 된 후, 부모님은 학원 대신 영어 회화 수업을 선택하셨다. 그때 당시 빈번히 사용되었던 스카이프 앱으로 필리핀 선생님과 일주일에 두 번 정도 30분씩 영어 수업을 했다. 처음에는 영어가 너무 서툴고, 말을 못 하니, 그 30분이 너무나도 길게 느껴졌었다. 하기 싫었을 때도 물론 많았다. 그렇게 몇 개월간의 회화수업을 끝으로 나는 인도에 가게 되었다.
이렇게 내 인생에서 처음 영어를 접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새로운 환경에 놓일 나의 생존을 위해 영어를 시작했던 것 같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의 내가 있는 데에 가장 중요한 시작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때는 몰랐다. 내가 인도에서 마주하게 될 현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