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모든 것을 처음 마주한 날

by Ashley

인도에 도착한 건 아주 더운 4월이었다. 아직도 인도의 첫인상이 나에게는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늦은 밤에 도착해서 밖이 캄캄한 탓에 주변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아주 더웠고, 그동안 한국에서는 맡아보지 못했었던 향신료의 냄새도 났었다. 비행기에 내려서 공항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지나는데, 그 유리가 습기로 차 있던 기억도 난다. 인도는 대략 4-5월부터 아주 더운 여름이기 때문에, 나는 도착하자마자 악명 높은 40도의 인도를 바로 접했다. (물론 지금은 한국 여름이 아주아주 많이 더 더운 것 같다...)


그렇게 도착한 인도에서 첫 몇 주는 부모님과 함께 집과 학교를 알아보러 다녔다. 근처에 있던 3개의 국제학교에 방문해서 상담도 받아보고 학교 구경도 해봤다. 그중 가장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다니고, 또 자유로운 분위기의 국제학교에 들어가게 되었다. 학교는 알록달록 했고, 넓은 잔디밭과 정형화되어 있는 한국 학교와는 전혀 다른 모양의 교실들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왔다. 국제학교에서는 한국과 달리 9월 학기제를 시행하기에 나는 다시 초등학교 4학년으로 들어가서 학교 첫날을 마주했다.


학교를 처음 가는 날, 사실 어떤 감정들을 가지고 학교에 갔었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난다. 의외로(?) 긴장은 안 하고 무념무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기억나는 건, 당시 대히트를 쳤던 싸이의 강남스타일 덕분에, 반 친구들이 그 노래를 아냐고 내 앞에서 말춤을 추면서 물어봤던 기억이 난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 당시에는 케이팝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을 때라 노래를 몰랐고, 그래서 그 말춤을 추던 친구한테 아무런 리액션도 해주지 못했다. (그 친구가 머쓱하게 말춤을 추는 모습이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며칠 뒤에 아빠께서 전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한국 노래라고 얘기해 줘서 알게 되었다.


아무튼, 'My name is ___, and I'm from Korea.'라는 문장을 처음 이야기했다. 그 뒤로는 아무런 말도 못 했던 것 같다. 그냥 웃는 거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다행히 반에는 너무나도 좋은 친구들이 많았다. 초등학교 때 반에 꼭 있는 새로운 친구를 잘 챙겨주고 나서서 이것저것 도와주는 친구들이 정말 많았다. 그래서 수업을 듣고, 밥을 먹고 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이 첫날을 보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사실 생각보다 할만하다 생각했었다. 언어야 당연히 예상하고 있었고, 그렇기에 그다지 충격은 아니었다. 그런데 괜히 투정을 부리고 싶었나 보다. 당시 3층집에 살았고, 2층에 내 방이 있었는데, 혼자 방에 올라가 침대에 엎드려서, 1층에 있는 엄마가 들을 수 있도록 침대를 발로 팡팡 찼다. 이때의 감정이 꽤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데, 처음부터 그랬다기보다는, 그냥 정말 괜한 어리광을 부렸던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감정을 끌어올리다 보니(?) 정말 마음이 힘들어졌다. 그래서 이때의 나의 감정이 사실 이해가 잘 안 간다. 정말 힘들었던 건지, 근데 그걸 티 내고 있지 않았던 건지, 아니면 꽤병같은거였을지.


그렇게 엄마의 관심을 받고서는 한바탕 울었다. 그렇게 울고 나니, 속이 시원했다. 그리고 다음날, 또 아무렇지 않게 학교에 갔다. 그렇게 약간은 불안하게, 그리고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여름방학을 기다리며 인도에서의 첫 생활과 국제학교 생활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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