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가지 스펙보다 무서운, 나만의 대체 불가능한 무기를 찾는 법
경매장에서 한 벌의 노란색 트레이닝복이 1억 600만 원에 낙찰됐습니다.
이소룡이 <사망유희>에서 입었던 그 옷이었죠.
평범한 천 조각이 억대의 가치를 갖게 된 이유는 단 하나.
그걸 입었던 사람 때문입니다.
커리어라는 링 위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비교당합니다.
저 사람은 MBA가 있고, 저 사람은 3개 국어를 하고, 저 사람은 코딩까지 한다더라.
그러면 불안해집니다.
나도 뭔가 더 해야 할 것만 같아서.
"요즘은 데이터 분석 필수래."
"디자인 툴 정도는 다뤄야지."
"코딩도 조금은 할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우리는 조금씩 이것저것 배웁니다.
얕고 넓게, 두루두루.
이력서는 점점 길어지는데, 정작 "당신은 뭘 제일 잘해요?"라는 질문에는 선뜻 답하기 어렵습니다.
내가 두려워하는 건 만 가지 킥을 연습한 사람이 아니라,
오직 한 가지 킥을 만 번 연습한 사람이다.
이소룡은 모든 무술의 고수가 되려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자신만의 무술 철학, 절권도를 만들었고, 그 하나를 16년간 깊이 파고들었죠.
공자는 이를 일이관지(一以貫之), 하나로 모든 것을 꿰뚫는다고 했습니다.
이력서에 100개의 기술을 나열하는 것보다,
내가 만 번 연습한 단 하나의 무기를 정의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 무기는 거창한 게 아닐 수도 있어요.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공감 능력
복잡한 걸 명쾌하게 정리하는 힘
끝까지 해내는 집요한 끈기
당신만의 킥은 무엇인가요?
이직을 고민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하는 일이 맞지 않는다고 느끼면,
많은 사람들이 완전히 새로운 분야로 뛰어들려 합니다.
모든 걸 처음부터 다시 배우면서요.
하지만 그건 이미 만 번 연습한 킥을 버리는 겁니다.
더 현명한 방법은 내 킥을 날릴 새로운 링을 찾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캐치하는 영업 담당자가 있다면,
그 킥은 UX 리서처로도, 서비스 기획자로도, 조직문화 담당자로도 먹힙니다.
킥은 같아요. 링만 바뀐 거죠.
1억 원짜리 츄리닝의 가치는 희소성에서 나옵니다.
만 가지를 대충 하는 사람은 많지만,
한 가지를 완벽하게 하는 사람은 드물거든요.
당신의 이력서를 이것저것 다 파는 백화점으로 만들지 마세요.
단 하나의 완벽한 무기를 파는 전문점으로 만드세요.
불안함에 떠밀려 이것저것 기웃거리는 걸 멈추고,
당신의 심장을 뛰게 하는 단 하나를 찾으세요.
그리고 오늘부터 만 번의 연습을 시작하세요.
"Be water, my friend"가 아니라,
"Be your one kick, my friend"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