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들은 당신의 관심을 원한다.(2)

그들은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

by 꽃피랑

지난 1편.

https://brunch.co.kr/@allisa98/34


오늘 간담회에 참석하려고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아이를 누군가에게 맡기고 왔을 것이다.

공무원들도 만사를 제쳐놓고 참석했을 텐데 유튜브에 공개되는 것을 원치 않으면 회의에 참석할 수 없다니. 그 자리에 앉아있던 나는 혹시나 학부모들이 화내지 않을까 싶어 그들의 안색부터 살폈다.

다행히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위해 그런 것쯤 괜찮다는 듯 모두 얼굴공개에 동의해 주었다.


아무 일 없이 넘어가서 천만다행이었다.

하지만 오직 보도자료와 유튜브 방송이 목적이었던 조영만 의원은

간담회에서 논의할 내용을 하나도 준비해오지 않았다.

별 내용도 없는 인사말, 조례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질문. 그게 전부였다.

2시에 간담회를 시작했는데 끝나고 보니 20분밖에 지나지 않았다.

아무 내용도 없어서 보도자료를 뭐라고 써야 할지 막막할 정도였다.


행사장을 대략 정리하고 자리로 내려오니 사무실 분위기가 어째 뒤숭숭했다.

조영만 의원의 간담회가 공식의회 유튜브로 나가는 것을 본 오미경 의원이 바로 사무실로 전화해서

전화받은 옆 팀 직원에게 폭언을 퍼부었다고 한다.


왜 조 의원만 간담회를 유튜브 중계해 주느냐.

왜 내가 간담회 할 때는 유튜브로 내보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지 않았느냐.

역시 사무실 직원들은 모두 저쪽 당 사람이다.

내가 모두 가만두지 않겠다. 등등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고.

괜히 전화를 받았다가 날벼락을 맞은 직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팀장님은 잠시 고민하다가 오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간담회는 조례제정과 관련되어 있어서 공식업무로 지원해 드린 것이라고 차분하게 설명했다. 하지만 화가 난 오 의원을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수화기 밖으로 그녀가 윽박지르는 소리가 스피커폰처럼 옆에 앉아있는 나에게까지 들릴 정도였다.

팀장님은 전화를 끊고 긴 한숨을 쉬며 낮게 읊조렸다.

"내일이 되면 좀 가라앉으시겠지."

진실인지, 희망사항인지, 알 수 없었기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다음 주, 오 의원이 조 의원과 홍보팀장을 공공전파를 사적으로 이용했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간담회를 열었던 부서장인 팀장님도 참고인 자격으로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았고

간담회 관련 공문과 영상 일체 등을 자료로 제출하라는 공문이 날아왔다.

직원들이 자기들 때문에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거나 말거나 의원들은 아무 관심도 없었다.


이 와중에도 박세준 의원은 팀장님께 전화해서 "의회 직원들은 의원을 위해 일하는 존재들"이라고 강조하며

"다음 달에 정책토론회를 개최할 테니 유튜브로 송출해 달라"라고 요구했다.

우리는 의원들을 위해서 일한다 치고, 그럼 의원들은 무엇을 위해 일하고 있을까?

가끔씩 그들이 진짜 시민을 위해 일하는 건지,

더 높은 자리에 가기 위한 홍보를 위해 일하는 건지 헷갈린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그들은 당신의 관심을 원한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