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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작은 기쁨

회사 친구가 생기다.

by 꽃피랑

회사에 들어온 지도 2년이 지났다.

하지만 올해 초까지만 해도 회사에 친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동료들과 구내식당에서 같이 점심 먹고 잡담 같은 이야기는 나누지만

산책도 혼자 했고 생각하는 것들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다.

어차피 아무도 이해못할 것 같은 분위기랄까?


그러다 얼마 전, 자존감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며 일을 그만두어야 하나 고민하는 상황에서도

더 버텨보라는 계시인지 마음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생겼다.


그녀 역시 나와 같은 처지의 임기제공무원이었지만 거의 사적인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다.

얼마 전, 우연히 의원 보도자료 관련해서 그녀의 자리에 갔다가 한강 작가의 책을 발견했다.

그 책을 읽은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반가운 마음에 말을 걸었다.

"앗! 샘도 한강 작가님 책 보셨어요?"

"읽으려고 사놓기만 하고 아직 못 봤어요."

그녀는 머쓱하게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녀의 책상 위를 둘러보니 여러 소설책들이 잔뜩 놓여있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는 생각보다 말이 잘 통했고 가치관도 비슷했다.

그녀 역시 자기만 옳고 딸은 틀리다고 생각한 엄마 때문에 상처를 받으며 자랐고

여전히 사이가 좋지 않다고 했다.

여기를 계속 다녀야 하나 고민하는 것도 나와 비슷했다.


그녀는 나에게 책을 선물했고 나는 고마운 마음에 커피를 사면서 조금씩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업무 속에서도

그녀와 잠시 산책하거나 같이 점심을 먹고 타로카드도 봐주다 보면 마음이 훨씬 편해졌다.


지금까지 사람들이 나에게 다가오지 않았던 것은,

같은팀 동료가 다른 사람들에게 내 욕을 하고 다녔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화가 나기보다는 웃음이 났다.

결국 시간이 흐른 후에 나를 욕하던 동료가 아니라 나와 가까워졌으니까.

그래서 이런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게 되었으니까.


친구를 만나러 회사 가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으니

힘든 회사일도 조금은 버틸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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