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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회의 해외연수와 교육

당신의 관심이 필요하다.

by 꽃피랑

2024년 12월, 국민권익위원회에서 2022년 1월부터 2024년 5월까지 전국 243개 지방의회 국외출장 실태를 전수 점검했다. 그에 따르면 출장 상당수가 편법적으로 여행경비를 부풀려 사용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한 예로 비즈니스 항공권을 발권하면서 이코노미라고 위조한 다음, 비즈니스 항공권을 취소하고 다시 이코노미 항공권으로 바꿔서 다녀오기도 했다. 아마 항공권 차액을 돌려받은 다음, 의원들의 식대나 술값으로 사용하지 않았을까?


비용허위 청구 문제로 주변 의회는 압수수색을 당하거나 해당 실무를 맡은 직원이 검찰에 기소되기도 했고 몇몇은 직권면직, 즉 해고될 수도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아마 그 직원도 그렇게 하고 싶어서 한 것은 아니고 관례상,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의원에게 무능한 직원이라고 손가락질을 당하게 되니 어쩔 수 없이 했을 것이다.

이러한 뉴스 기사에는 어김없이 혈세를 낭비하는 연수나 교육을 없애버려야 한다는 댓글들로 가득하다.


사실 나는 다른 회사에서 일할 때, 공무원이나 단체장 교육과 연수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매년 비슷한 정책이 반복되는 것 같지만 사회적 변화에 따라 스마트도시, 빅데이터, AI 등 새로운 정책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를 배워서 기존 업무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필수적이다. 엄격해지고 있는 청렴 관련 이해충돌방지법, 성희롱 방지나 성인지 정책 등 공직자들이라면 배워야할 것들이 많다.


해외연수 역시 지역에 필요한 주제를 잘 잡아서 우리보다 잘하고 있는 곳들을 섭외해가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예를 들어 경주지진이 발생했을 때, 우리나라는 그때까지 지진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대비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았다. 당시 일본의 방재 시스템을 주제로 공직자 대상의 해외연수를 기획한 적이 있었다. 일본은 자연재해가 많기 때문에 집을 구할 때부터 홍수나 지진, 산사태 등이 어디에서 발생했는지 미리 확인할 수 있었고 큰 빌딩의 경우, 내진설계부터 비상시 식량까지 구비하고 있었다. 해외연수나 교육을 통해 비슷한 문제를 잘 해결하는 사례를 학습하고 지역에 적용시킬 수 있다. 문제는 해외연수의 원래 취지를 망각하고 외유성으로 놀러가서 술을 퍼마시는 것을 당연시하는 데 있다.


다행히 우리 의회는 의원 간 사이가 좋지 않아서 해외연수를 가지 않았기에 수사대상에서 벗어났다. 직원들은 운좋게 상위 3% 안에 들었다며 자조적인 농담을 하곤 했다. 하지만 해외만 가지 않았을 뿐, 지역을 시찰한다며 출장가서 사진찍고 밥이나 먹고 돌아오기도 하는 등 자기 마음대로 혈세를 사용하는 것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사실 나도 의원들의 이런 행태를 볼 때마다 화가 치밀어 오른다. 해외나 연찬회, 각종 연수를 할 때 의원들이 술을 아예 못 마시도록 금지하던지, 정확하게 연찬회는 관내에서만 하던지 뭔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면 좋겠다. 하지만 지방의회 연수와 교육, 혹은 지방의회 자체를 없애버리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지방의회가 없다면 단체장 마음대로 예산을 사용할 수 있고 주민의 의견을 수렴해서 이를 견제하는, 공식적 장치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악하기도, 선하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법과 제도, 그리고 감시자같은 견제장치가 필요하다. ‘그렇게 하지 말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잘 지키는지 감시하는 사람이 있으면 잘 지키게 마련이지만 규정도 없고 감시자도 없다면 ‘이 정도쯤이야’, ‘이렇게 해도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조금씩 편법이 생겨나게 된다.


그나마 단체장과 집행부는 지방의원이 감시하지만 지방의원을 감시하거나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국회의원 정도 뿐이다. 여러분은 내가 사는 지역구의 시의원, 혹은 구의원이 누구인지 아는가?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 지역의 국회의원은 알아도 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은 이름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지방의회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면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의회는 어떤지, 의원은 누구이고 어떤 조례를 제정했으며 5분 발언이나 시정질문 때 어떤 의견을 내놓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행정사무감사 모니터링이나 본회의 참관 등 관심만 갖는다면 참여할 수 있는 통로들이 있다. 그들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의회 자유게시판에 의견을 올리고 의원을 만나는 것도 좋다.

사실 지방의회 의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존재가 바로 지역의 유권자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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