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른 채로 시작했기에 가능했다] Ep.6
예비부부이자 2인 제작자. 60평 작업실 셀프 인테리어 중. 테이블웨어와 가구 제작을 시작으로 인테리어까지 손을 댔다.
우리가 구한 작업실은 3층에 위치한다. 1층에는 남사장님이 운영하시는 파스타집이, 2층에는 여사장님이 운영하시는 카페가 들어와 있었다. 두 분은 건물의 주인이자 부부이다. 비어있던 3층에 우리가 입주하게 된 것이다. 남양주 외곽에 위치한 곳이라, 입소문이 나지 않으면 누군가 찾아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 파스타집은 이미 몇천 개의 리뷰가 있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평일에도 여러 대의 차가 드나드는 모습을 층계 위에서 보았다.
입주 전 유동인구에 대해 여쭤보았다. 사장님께선 "아주 많지는 않아요"라고 하셨다. 이후 내가 보았던 상황은 말씀과는 반대로, 손님들의 꾸준한 방문이 있었다. 아래층에 식당과 카페가 있는 것은 우리에게 큰 이점이었다. 식사하고 쉬며 구경까지 한 건물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최근 작업실에 도착했는데 웬걸, 파스타 집이 닫혀있는 거다. 이상했다. 오늘 쉬는 날도 아닐 텐데. 2층에 가보니 카페문도 굳게 닫혀있었다. 문 앞에 붙은 영업종료'라는 문구와 함께. 적잖이 당황했다. 1층 파스타 집은 건물의 입구 역할을 한다. 정리가 되지 않으면 자칫 폐건물로 보이기 십상이다. 아래층에 누군가 입주해야 건물이 활성화된다. 지난겨울철에는 주차장에 가득 쌓인 눈을 함께 치우곤 했다. 그런데 1, 2층이 한 번에 영업 종료라니. 이렇게 되면 작업실에 누군가 쉽게 찾아오는 구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정말이지 처음부터 홍보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곧바로 사장님께 연락을 드렸다. 사장님께서는 다른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씀을 하셨다. 비교적 장사가 덜 되는 겨울철을 기점으로 기존 영업을 종료하고, 새로운 사업을 위한 정비의 시간을 갖고 계신 듯했다. 이후 새로운 입주자를 받을지, 아니면 다시 돌아오실지는 모르겠다. 그렇다고 이 건물을 놀게 놔두실 것 같지는 않았다. 사장님께서는 별다른 걱정은 말라는 말씀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이번 겨울은 난방비가 좀 더 나올 것 같다. 한 치 앞 모르는 인생을 요즘 체감하고 있다.
가벽 설치기, 마지막 장
1) 현관과 작업실을 분리하는 가벽
입구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가벽이다. 뼈대 뒤로 보이는 공간은 작업실으로 사용될 곳이다. 우리는 입구에서 작업실이 직접적으로 노출되지 않기를 원했다. 가벽 앞에는 벤치를 두어 손님들이 쉴 공간을 만들고, 반대편 가벽 앞에는 목자재를 보관할 수 있는 선반을 만들 생각이다. 현관부터 카운터를 지나, 작업실까지 천천히 눈에 들어오도록 설계한 구조다.
2) 사무실 가벽 (내장선반은 덤)
모든 곳에 틈을 메워 퍼티작업을 마무리했다. 완성된 두 면의 벽에는 수성 페인트를 스프레이로 뿌려 도장하기로 했다. 완성도를 위해 퍼티와 샌딩 작업을 꼼꼼히 했다. 퍼티가 안된 곳은 회색의 빛을 띠는데 거의 하얀색의 벽이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헤라로 틈을 메워가며 작업하다 보니 손마디가 굉장히 아팠고, 샌딩 작업에서는 먼지날림이 심해서 공업용 마스크를 써도 실시간으로 기관지가 나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3) 쇼룸 내부 가벽
추가로 쇼룸 내부에 가벽을 설치했다. 설치한 이유는 튀어나온 하단의 주황색 벽돌을 가려 매끈한 벽면을 만들기 위함이었다. 쇼룸 벽면은 페인트가 아니라 미장할 예정이라, 퍼티 작업을 가볍게 했다. 특히 신경 쓴 부분은 벽의 모서리이다. 퍼티 때문에 모서리가 뭉개지지 않아야 하므로, 양을 조절하며 직각에 가깝게 작업했다.
컬러 고르기,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이야?
1) 쇼룸 도색 준비: 벽과 바닥 편
쇼룸의 벽과 바닥을 미장하기로 결정한 뒤, 어떤 회사의 제품을 사용할지 고민했다. 유럽 미장의 느낌을 살려 작업하고 싶었다. 상업 공간에서 보았던 미장 벽들은 입자가 커서, 원하는 느낌에서 벗어났다. 내가 원하는 질감은 고운 입자와 반짝거리는 광택이 느껴지는 미장 벽이었다.
인스타그램부터 유튜브까지 할 수 있는 검색은 다 해봤다. 그 과정에서 해외에서는 실내 외 할 것 없이 건축재로 미장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재료가 참 다양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업체는 '바우워커컬러'였다. 해외 직구도 고민했지만, 단가와 배송비를 따져보니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웠다.
@bauerkcolour
비슷한 느낌을 국내에서 찾기 위해 인터넷을 다시 뒤졌다. 수도 없이 많은 이미지를 비교했다. 화면 안에서 눈으로 질감을 판단한다는 게 그리 명쾌하지는 않지만, 결국 원하는 재료를 판매하는 국내 업체를 찾았다. 바로 '오이코스(OIKOS)‘라는 곳. 본사는 이탈리아에 있고, 친환경 미장 페인트를 판매하는 곳이다.
선택한 재료는 '마모리노'이다. 고운 대리석이 포함된 미장재로 매끈히 눌러 마감한 부분은 은은한 반광을 띤다. 작업 방식은 프라이머를 1회 도포하고 흙손으로 2회가량 미장하는 방식이다. 국내 여러 기업과 시공업체에서 이 재료를 활용한 포트폴리오를 찾을 수 있었다. 상업 공간과 거주 공간에도 사용하는 믿을 만한 소재라고 느껴졌다. 단가는 있는 편이지만 생각에 가깝게 공간을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우리는 일산지사로 향했다.
매장에서는 여러 컬러칩과 시공된 벽을 보고 만져볼 수 있었다. 바닥에도 샘플 시공이 되어있었고, 상도 및 하도 방법에 대해 편히 여쭤볼 수 있었다. 눈으로 보니 확신이 강하게 들었다. 조색 또한 가능했다. 이후 한번 더 방문해 공간의 실측 사이즈와 컬러코드를 전달드려 주문까지 진행하게 되었다.
@oikos_korea
벤자민무어페인트에서는 컬러칩을 최대 5개까지 무료로 받아볼 수 있다. 나는 벤자민무어의 컬러칩을 구매해서 컬러 결정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 다만 벤자민무어는 컬러칩만 활용했다. 쇼룸에는 오이코스 제품이 사용될 예정이었는데, 작업실에 뿌릴 페인트를 벤자민무어의 제품으로 구매하게 되면 예산을 초과하는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여유가 생기면 꼭 써보고 싶은 페인트 중 하나이다.
마음에 드는 컬러를 비교하고 또 비교했다. 오이코스 측에 마음에 드는 컬러칩을 전달해 조색을 맡겼고, 오이코스에서는 눈으로 보았을 때 최대한 비슷한 컬러가 나오도록 컬러칩 옆에 색을 올려가며 조색을 해주셨다고 했다.
@benjaminmoorekorea
2) 작업실 도색 준비: 벽과 천장 편
작업실에는 수성 페인트로 벽과 천장을 시공하기로 했다. 미장에 많은 비용이 지출되었기 때문에, 비교적 저렴한 페인트 업체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독성이 있거나 냄새가 심한 제품은 피하고 싶었다. 작업실에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삼화페인트에서 구매하게 되었는데, 화이트도 종류가 몇백 개라 이 과정에서도 컬러칩을 여러 번 보고 비교했다. 삼화 사장님께서 귀찮으실 만큼 이것저것 여쭤봤다.
화장실과 쇼룸 창틀에 뿌릴 화이트 색의 유성페인트도 삼화페인트에서 구매했다.
남기는 말
앞에서 적은 내용을 곱씹어보니 영원한 건 어디에도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영구적인 것을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인데요. 예를 들면 휴대폰이나 카메라와 같은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것들요. 집도 차도 오래 쓴다면 영구적인 게 되겠죠? 하지만 제가 가진 것 중 영구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의 글을 남기는 이유도 그 때문이겠지요.
지난 후에야 알 것 같습니다. 돈과 시간을 바쳐 앞만 보고 달렸는데, 작업한 이 공간이 온전히 내 것이 아니라는 걸요. 그래서인지 시간이 담긴 이 글이 제게 더 소중히 느껴집니다. 가만히 있다가도 언젠가 이곳을 떠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듭니다. 하지만 원하는 걸 다 갖고 살았다면 우여곡절이 가득한 이런 글이 나오지는 않았을 겁니다. 경험과 시간이 응집된 우리의 글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른 채로 시작했기에 가능했다] Ep. 7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