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의 복잡한 문제들
오늘도 목욕탕 온탕에서 그 어르신의 자랑을 들어야 했다. 항상 같은 시간에 오시는 개인택시 기사 어르신이시다.
그 어르신은 온탕에 오시면 늘 냉수를 튼다. 온탕물이 너무 뜨거우면 냉수로 식히고, 다시 온수를 틀어 온도를 맞추신다.
"조금만 참아, 온수 다시 틀 테니까" 하시며 자기 방식대로 온탕 온도를 조절하신다.
그 어르신은 3년 전부터 개인택시를 팔아야겠다고 말씀하신다. 그런데 아직까지 팔지 않으셨다.
다른 어르신들이 "왜 판다고 하면서 안 파세요?"라고 물으면 "팔 거야" 하시면서도 계속 택시 일을 하신다.
아무도 묻지 않았는데도 어르신은 오늘 하루 일과를 이야기하신다.
"오늘은 장거리 손님 받아서 돈 좀 많이 벌었어. 힘들어서 그만해야겠어."
"오늘은 용돈만 벌고 왔어. 이제 그만해야지."
하지만 그만두시지 않는다.
그 어르신은 3년 전에도 80대셨는데 지금도 80대시다. 교통공단에서 "쓸데없는 것까지 검사한다"고 불평하신다. 지난주에 공단에 가서 테스트를 받으셨다고 한다. 순발력, 인지력 검사, 이해력, 공간 지각력 등 여러 테스트를 통과해야 택시를 계속할 수 있단다.
"젊은 사람도 못하는 테스트를 나는 당당하게 통과했어!"
이것이 어르신의 자랑이다. 목욕탕에서 계속 이 이야기를 하신다. 누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벌써 두 번째 듣는다. 새로운 사람이 오면 또 하실 것 같다.
"테스트하러 온 사람들 보니 다들 나보다 어린 사람들밖에 없더라고."
내가 물었다. "택시 기사님들의 평균 연령이 얼마나 됩니까?"
"평균 60대야. 70대도 있고, 80대는 나하고 몇 명 없어. 젊은 사람들은 택시 잘 안 해. 점점 갈수록 택시 하는 사람들 나이가 많아질 거야."
그 어르신이 개인택시를 팔겠다고 하면서도 계속하시는 이유는 무엇일까? 돈이 없어서일까? 아마 그것은 아닐 것이다. 많은 직장인들이 퇴직 후 택시를 하신다. 그래서 택시 기사의 평균 연령이 높은 것이다.
얼마 전 목욕탕에서 있었던 일이다. 60대로 보이는 분이 그 어르신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말했다.
"어르신들이 가끔 교통사고를 내니까, 정부에서 면허증 반납 정책에 동참해야 되지 않습니까?"
그 순간 어르신이 흥분하셨다.
"무슨 소리야! 나는 지금도 정정하게 운전할 수 있는데!"
60대 분이 다시 설명했다.
"그게 아니라, 면허를 반납하신 분들을 위해 대중교통비 지원이나 교통약자 대책을 마련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겁니다."
이 대화를 들으며 생각했다. 우리 사회가 갈수록 고령화되고 초고령 사회가 되면서, 몇 살까지 운전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리기 어렵다.
개인택시를 하시는 80대 어르신을 보면서 느낀다. 나이만으로 운전 능력을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실제로 그 어르신은 엄격한 테스트를 통과하셨고, 지금도 택시 일을 하고 계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된다. 고령 운전자의 사고 위험성은 통계적으로 존재한다. 반응 속도나 판단력이 저하될 수 있고, 돌발 상황 대처 능력도 떨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나이를 기준으로 일률적으로 면허를 회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개인차가 크기 때문이다. 80대에도 건강하고 운전 능력이 뛰어난 분이 있는 반면, 60대에도 능력이 저하된 분이 있을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객관적인 평가 시스템이다. 나이가 아니라 실제 운전 능력을 평가하는 것. 그리고 능력이 저하된 경우 자발적으로 면허를 반납할 수 있도록 충분한 대안과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다.
대중교통비 지원, 교통약자를 위한 특별 교통 서비스, 지역 사회 내 이동 지원 시스템 등이 잘 갖춰진다면, 고령자들도 더 쉽게 운전을 그만둘 수 있을 것이다.
그 어르신이 3년째 "그만두겠다"고 하시면서도 계속 택시를 하시는 이유를 생각해본다. 경제적 이유도 있을 수 있지만, 어쩌면 정체성의 문제일 수도 있다. 평생 일해온 사람이 일을 그만두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것. 사회와의 연결고리가 끊기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그래서 더더욱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 단순히 면허를 반납하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운전을 그만둔 후에도 충분히 의미 있고 활기찬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것.
목욕탕 어르신의 자랑 섞인 이야기를 들으며, 고령화 사회의 복잡한 문제를 생각해본다. 정답은 없지만, 개인의 존엄성과 사회의 안전, 두 가지를 모두 고려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