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을 공감하는 사회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편견과 차별이 있을 수밖에 없다. 때로는 잘 살고 싶고, 돈 많이 벌고 싶고, 부자이고 싶고, 마음껏 돈을 써보는 것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소망이자 바람일 것이다.
누구는 유튜브로 돈을 벌었다. 누구는 숏폼으로 돈을 벌었다. 누구는 주식으로, 누구는 코인으로 돈을 벌었다. 그러나 돈을 버는 사람보다는 벌지 못하고 실패한 사람이 훨씬 많다.
우리 사회에는 자랑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 무엇이든 좋은 것이 있으면 자랑하고 싶고, 조금만 돈을 벌어도 자랑하고 싶어 한다.
오늘 나는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차 대합실에서 나이 많으신 할머니와 나이 많은 수녀님이 이야기하는 것을 유심히 듣게 되었다. 옆에 앉아 있어서 그냥 들을 수밖에 없었다.
할머니는 수녀님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어디 성당이세요? 몇 살이세요? 수녀 생활을 얼마나 하셨어요?" 여러 가지 질문을 계속했다.
수녀님은 할머니에게 조근조근 이야기했다. 저렇게까지 이야기할 필요는 없는데 장단을 맞춰주는 것을 보고 나는 놀랐다. 처음 보는 사이인데, 나이가 지긋이 먹었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소통이 필요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녀님은 그 할머니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런데 할머니는 계속 이야기했다.
"나는 가방 두 개를 가지고 서울 딸 집에 가요. 큰아들은 해외에서 결혼해서 잘 살고 있고, 딸은 서울에서 유명한 회사 다니는 사위와 결혼해서 잘 살아요. 딸 집에 놀러 가는데 그냥 갈 수 없어서 여러 가지 먹을 것을 장만해서 가는 거예요."
특히 아들 자랑을 하셨다. "미국에서 잘나가는 회사에서 일해서 아들이 자랑스러워요."
한참을 옆에서 듣고 수녀님의 표정을 봤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잘되었으면 자랑하고 싶고, 못되었으면 이야기를 꺼리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수녀님은 지금까지 살면서 많은 사람을 접했을 것이다. 그 할머니의 자랑이 얼마나 하고 싶었으면 모르는 사람에게까지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할머니의 얼굴 표정에는 자랑하는 기쁨보다 고달픈 삶의 여정이 느껴졌다. 아들이 잘 살면 할머니는 기쁠 텐데, 왠지 마음은 기쁘지 않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돈 많이 벌면 기분이 좋지만, 그렇지 못한 우리 사회의 그늘이 있다는 것이다. 자랑은 아무 때나 하는 것이 아님을 새삼 느끼게 된다.
혹시 할머니는 외로운 것은 아닐까? 아들은 미국에 있고, 딸은 서울에 있고, 혼자 시골에 사시면서 자식들이 보고 싶은 것은 아닐까? 가방 두 개에 먹을 것을 가득 담아가는 것도, 자식에게 부담 주지 않으려는 마음 때문은 아닐까?
자랑 뒤에 숨은 외로움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우리 사회는 열심히 노력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좋은 사회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평등,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기쁨, 누구나 가질 수 있는 행복. 이러한 것들이 차별 없는 사회일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현장에서 땀 흘리며 일하고 있다. 평등, 평화, 행복, 기쁨, 그리고 사랑을 위해서 말이다.
기차역에서 만난 할머니의 자랑은 단순한 자랑이 아니었을지 모른다. 그것은 자식들이 잘 살아서 기쁘지만, 동시에 멀리 떨어져 있어 외롭고, 자주 보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의 표현이었을지 모른다.
우리는 겉으로 보이는 것만으로 사람을 판단하곤 한다. 자랑하는 사람을 보면 우쭐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자랑 뒤에는 외로움이, 그리움이, 혹은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숨어 있을 수 있다.
수녀님은 그것을 알았을 것이다. 그래서 조용히 들어주고, 장단을 맞춰주신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소통이고, 사랑이다.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좋은 사회가 되려면, 겉으로 드러나는 성공과 실패만이 아니라, 그 사람의 마음까지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누군가의 자랑을 들어줄 수 있는 여유, 누군가의 실패를 함께 아파할 수 있는 공감, 그것이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사회의 모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