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romDK Oct 16. 2015

20/642 : 할 말을 잃었다

기억이 증발한 순간

글쓰기 좋은 질문 642를 씁니다.


연습장에 펜으로, 노트에 만년필로, 블로그에 키보드로 씁니다.

세 번을 쓰다 보면 처음과 마지막은 조금씩 달라지곤 합니다.

손에 쥐고 있는 노트와 블로그에 올려둔 텍스트를 간직합니다.


브런치에 올리는 '642'에 대한 답은

블로그에 있는 마지막 수정본을 내키는 대로 수정한

혹은 노트에 적어둔 글을 다시 읽으며 쓰는

'세 번째 수정본'이자 '네 번째로 쓰는 글',

'다시 읽고 써보는 글'이 될  듯합니다.




스무 번째 질문. 최근에 할 말이 전혀 생각나지 않았던 순간이 언제였는지 설명하라.


  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각자 나름의 기준이 필요한 것 같다. 어떤 주제에 대해 생각을 해보고 대화를 하거나 아무런 준비 없이 대화를 할 수도 있다. 대화 중에는 아마도 ‘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게 일반적인 것 같다. 물론, 내 생각과 다를 수도 있겠지만. 도중에 단어가 생각나지 않을 수도 있고 (사실 문맥 상 적당한 단어를 모르는 상황일 수도 있다.) 분명 나는 단어도 알고 쓰임도 알고 있는데 갑자기 생각이 나지 않고 혼란스러울 때도 있다. 두 경우 중 앞의 경우는 조금 창피할 수도 있는 상황, 뒤의 경우는 창피라기보다는 억울함과 답답함이 밀려올만한 상황.

  대개 나는 후자의 경우가 와 닿는다. 간단히 말하자면 ‘머릿속의 백지화’ 정도라고 해둔다.  그중에서도 억울함보다는 답답함 쪽에 한 표를 행사하고 싶다. 모르면? 그 단어를 알아내려 추가로 장황한 설명을 시작한다. 되물어보는 편.

  설명이 앞뒤가 맞지 않고 장황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에 하나의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하고 정리해서 쓰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1시간 내외라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스무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하고 정리하는데 시간이 제법 걸린다. 질문이 함정인 건지, 적당한 문자가(혹은 사전적 의미가) 생각나지 않는 것인지.

  거진 1주일 동안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다. 여전히 반으로 접은 A4용지 한 면을 채우지 못하고  머릿속에 저장된 몇 안 되는 단어를 골라내고 있다.


   하지만 재미있는 사실은 조금이라도 정리가 되었으니 노트의 한 면을 채울 수 있지, 그렇지 않았다면 'BLANK3’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점 정도가 아닐까? 내가 쓸 만한 단어만 다로 모여 있는 ‘실용적인 사전’ 형태의 단어장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도 안 되는 망상을 하며 마무리.



2015년 10월 3일 쓰다.

매거진의 이전글 19/642 : 두 번째 빈페이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