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의 버스
버스 정류장은 학교 앞 편의점 옆에 있었다.
아침마다 아이들이 몰려 있었고,
나는 그 사이에서 늘 같은 자리를 차지했다.
버스가 모퉁이를 돌면, 먼저 들리는 건 엔진 소리보다
바람의 흔들림이었다.
그다음 파란 차체가 천천히 정류장으로 돌아왔다.
나는 그때마다 심장이 한 번 더 뛰었다.
어쩌면 그가 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문이 열리고 차가운 공기가 흘러나왔다.
내 앞사람이 먼저 올라가고 나는 그 뒤를 따라
발을 옮겼다.
삑 소리가 나자, 시선이 자연스럽게 창가 두 번째 자리로 향했다.
그는 그 자리에 있었다.
늘 그렇듯 창밖을 q며 이어폰을 꽂고 있었다.
머리카락 끝이 햇살을 받아 은색으로 빛났다.
나는 잠깐 발걸음을 멈췄다.
누구에게 들킬까 봐 조심스러웠다.
자리가 거의 없어서 통로 쪽에 섰다.
그의 어깨너머로 희미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피아노와 기타가 섞인 잔잔한 곡.
볼륨이 작았지만, 그 선율은 내 귀에도 닿았다.
버스가 움직일 때마다 햇살이 창문을 따라 번졌다.
그 빛이 그의 뺨을 스치며 옅은 그림자를 남겼다.
나는 그 그림자를 따라 시선을 옮겼다.
저 사람의 하루는 어떤 소리로 시작될까.
며칠 뒤 비가 내렸다.
창문에는 김이 서려 흐릿했고, 물방울이 천천히 흘러내렸다.
그날 그는 창가에 앉지 않았다.
복도 쪽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버스가 흔들릴 때마다 책갈피가 들썩였다.
표지에는 낡은 금색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사랑의 기억.
그가 책을 덮을 때마다.
나는 그 페이지에 내 마음이 함께 닫히는
기분이 들었다.
한 번도 말을 건 적 없었지만,
그의 리듬에 맞춰 숨을 쉬고 있었다.
어느 날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매일 타는 버스는 사실, 그를 보기 위한
길이 아닐까.’
학교에 가기 위해서라기보다,
그의 뒷모습을 보기 위해 달리는 길.
그를 향한 마음은 그렇게 자라났다.
소리 없이, 그러나 분명히.
누가 봐도 평범한 아침이었지만
내겐 세상의 모든 봄이 그 안에 있었다.
그날 밤, 나는 일기장에 단 한 줄만 썼다.
그 애는 오늘도 창가에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