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지나가던 날
그날 아침은 유난히 조용했다.
버스가 오기 전에 늘 들리던 까치 울음도,
아이들의 웃음도 없었다.
하늘은 흐렸고, 공기는 약간 축축했다.
봄이 끝나가고 있다는 걸, 공기가 먼저 알고 있었다.
가방 안엔 작은 쪽지가 있었다.
오늘은, 안녕.
말로 꺼내지 못할 인사를 종이에 적었다.
오늘만큼은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았다.
버스는 평소보다 늦게 왔다.
그리고 그 자리가 비어 있었다.
창가 두 번째 자리.
늘 그가 앉던 곳이었다.
나는 잠시 멈춰 섰다.
다른 버스를 탔을까, 늦었을까, 아니면 전학을 갔을까.
별것 아닌 생각들이 빠르게 스쳤다.
그날의 버스 안은 이상하게 낯설었다.
며칠 뒤, 친구가 말했다.
“윤우 전학 갔대.”
그 말은 너무 아무렇지 않게 떨어졌다.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무언가를 잃었다는 감각은 그렇게 온다.
비명도 소리도 없이.
그냥 마음 한쪽이 ‘텅’하고 비워진다.
그날 오후 창문 밖 바람이 운동장을 스쳤다.
먼지가 일었고 그 속에서 무언가 흩날렸다.
빛이 아닌, 추억의 잔해처럼.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뒷자리 창문에는 희미한 손자국이 남아 있었다.
나는 손 끈으로 그 자국을 따라 그렸다.
온기가 남아 있을 리 없지만, 이상하게 따듯했다.
가방 속 쪽지를 꺼냈다.
오늘은. 안녕.
그 아래에 한 단어를 더 썼다.
고마워.
봄은 그렇게 끝났다.
목련은 지고, 나무들은 연둣빛 잎을 키우고 있었다.
계절은 떠났지만, 마음은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