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모임
정이는 최종 확정된 이들에 세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감사합니다. 모임 장소는 사운구청 커뮤니티 센터 2층
사랑방입니다.
입구에서 안내판을 따라오시면 됩니다.
혹시라고 늦으실 경우, 제 번호로 연락 주세요."
메시지를 보내고 나서야 정이는 긴 숨을 내쉬었다.
책상 위에 펜을 내려놓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 정말, 이제 시작하는 거구나."
창밖에는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지만,
정이의 눈빛은 오랜만에 밝게 빛나고 있었다.
토요일 아침,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정이는
눈을 떴다.
심장이 쿵쾅거리며 귀 안쪽을 울리고 있었다.
"오늘이다... 드디어."
창밖으로는 아직 이른 햇살이 희미하게 번지고 있었다.
정이는 천천히 일어나 부엌으로 향했다.
커피포트에 물을 올리며, 머릿속으로 준비물을 하나하나
점검했다.
작은 노트 다섯 권.
펜 다섯 자루.
따듯한 허브티와 일회용 종이컵.
간단한 쿠키와 초콜릿.
"혹시 부족하면 어쩌지? 너무 준비한 티가 나면 또 부담스러울까?"
정이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준비물을 가방에 차곡차곡 넣었다.
수첩 제일 앞장에는 굵은 글씨로 적혀 있었다.
숨결- 첫 모임.
옷차림
거울 앞에 서자 또다시 망설임이 밀려왔다.
너무 격식 있어 보이면 딱딱할까?
너무 가벼워 보이면 진지하지 않다고 생각할까?
결국 정이는 단정한 베이지색 니트와 검은 바지를 골랐다.
심플하지만 깔끔한 차림.
목에는 얇은 스카프를 둘러, 스스로에게 작은 용기를 주듯 매만졌다.
가방을 메고 현관 앞에 섰을 때,
정이는 두 손을 잠시 모았다.
심장이 여전히 두근거렸지만,
그 두근거림 속에 어딘지 모를 설렘이 섞여 있었다.
" 오늘, 누군가는 이 자리를 기다렸을 거야.
현관문을 열자, 차가운 아침 공기가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왔다.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는 길.
정이는 가방 속 노트와 다과가 흔들리는 소리를 들으며 걷고 있었다.
버스에 올라 창가에 앉아 손바닥에 땀이 배어 있는 게 느껴졌다.
버스 창밖 풍경은 익숙했지만, 마음은 낯선 길을 걷는 듯 떨렸다.
구청 커뮤니티 센터가 가까워질수록 심장이 점점 빨라졌다.
정이는 주머니 속 휴대폰을 꺼내 메시지를 다시 확인했다.
(6월 6일 토요일 오후 3시 장소: 사운구청 커뮤니티 센터 2층 사랑방)
정이는 휴대폰을 보면서
확정된 네 명 모두 "참석합니다"라고 답해두었던 메시지가 떠올랐다.
건물 앞에 서자, 정이는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큰 유리문 너머로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고,
복도 벽에는 여러 모임 안내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사진 동호회', '독서 모임', '중년 여성 건강 강좌'...
정이는 가방 끈을 꼭 쥐었다.
그리고 속으로 조용히 말했다.
"... 오늘부터 여기가 우리 이름도 생기는 거야."
심호흡을 하고, 유리문을 밀고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