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쿠카라차

바퀴

by 라온지니

오늘도 어김없이 잠들기 전 베개옆엔 쇠망치가 함께 자리하고 있다.

스르륵 잠이 들려던 순간 옆에서 쉭쉭쉭, 다다다다다, 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잠이 들기도 전 다시 정신을 차리려 안간힘을 쓰며 조심스레 망치를 부여잡는다. 여전히 귀옆에선 쉭쉭쉭, 다다다, 소리가 들려오고 조심스레 불을 켜면 언제나처럼 모두들 쏜살같이 도망가고 없다.

망치로 장판, 벽등을 몇 번 내리치고 다시 불을 끄고 잠을 청해 본다.

오늘 밤은 얼마나 잘 수 있을까 깊은 잠이 드는 순간이 오히려 두려워지는 지금이다.

임신 7개월, 대학 4학년인 나는 집에서 나왔다.

정확히 말하면 임신사실을 알리지도 못하고 나오는 배를 더 이상 숨길 수 없어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집을 나왔다.

그에게 받은 선물인 사람보다 더 큰 인형과 나의 책 몇 권, 100여만 원이 든 통장하나 들고서

"오빠, 나 배가 점점 불러와서 더 이상 집에 있을 수 없을 것 같아."

"이젠 집을 나오려 해."

알겠다는 대답과 수화기너머의 한숨소리와 함께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한참뒤 울리는 전화벨소리..

"오빠가 집마련해 볼 테니 조금만 더 있다가 집구해지면 알아서 해."

내 나이 22, 오빠의 나이 23인 우리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리고 며칠 뒤 식구들 모두 집에 없던 시간 조용히 커다란 인형과 나의 짐을 챙긴 가방하나 들고 집을 나섰다.

그가 구해준집은 5층 빌라의 1층이었다.

임신한 몸으로 매일 밤마다 수십 마리의 바퀴벌레들과의 동거란..

더군다나 그 사람은 주말에만 집에 오던 상황이라 나 혼자 오롯이 바퀴들과의 동거를 해야만 했던 시간이었다.

매일밤 불만 꺼지면 시작되는 바퀴벌레들의 잔치, 혹시나 귀나 입으로 들어오지나 않을까 걱정하며 하룻밤도 제대로 된 잠을 잘 수가 없었던 것 같다.

오래된 빌라의 1층이다 보니 건물구조자체가 낡고 썩어있어서 우리 집이 있던 1층 바로 밑이 온갖 벌레들의 아지트였던 것 같다.

또한 돈 한 푼 없이 집을 구하다 보니 냉장고나 가전제품을 살 돈도 없었고 집주인이 방한개에는 자신의 살림살이를 가득 채워두고 나머지 냉장고나 tv 등은 사용해도 된다던 집이었기에 방한개에 가득 쌓인 물건들은 벌레들의 또 다른 아지트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큰아들은 신경이 무척이나 예민하게 태어나 조금의 낯선 상황도 견디지 못하고 낯선 사람을 보면 쳐다보기만 해도 울어댔고 특히나 벌레라고 하면 어떤 벌레든지 쳐다보지도 못하고 두려움을 느끼게 되었다.


어찌 됐든 매일밤 그곳에서의 생활은 지옥이었다.

"오빠 나 밤마다 바퀴벌레들이 너무 나와서 잠을 잘 수가 없어 내 얼굴 위로도 기어 다니는 것 같아. 너무 무서워."

"그럴 리가 없어 네가 임신 중이라 예민해서 그럴 거야. 난 잘 모르겠던데"

주말마다 한 번씩 찾아오는 집이었고 그마저도 친구들과 술을 잔뜩 먹고 들어오던 그는 집에 오자마자 술냄새를 풍기며 곯아떨어졌고 그런 날이면 더더욱 기승을 부리는 바퀴벌레 탓에 나는 날을 꼬박 새우며 망치로 여기저기 때리며 앉아서 잠이 들곤 했다.

여러 번의 얘기에도 바퀴벌레가 수도 없이 많다던 말을 믿지 않던 그가 큰아이를 출산하게 될 날이 다가오면서 갓난아이를 데리고 이 상태의 집에 데리고 들어올 수 없다는 나의 강경한 태도에 서서히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또한 어느 날부터는 건물이 비틀어져 있던 탓에 완벽하게 닫히지 않던 창틀사이로 쥐도 들락거리기 시작했다.

집에 있는 쌀이며 과일야채들을 조금씩 베어 먹고 남기고 간다든지 쌀포대를 구멍을 뚫어 쌀이 쏟아지는 등의 상황이 되다 보니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갓난아이도 데려와야 하는데 이젠 쥐까지 들어오고 있어 제발 무슨 방법을 찾아줘. 제발.."

그래서 내가 남편의 지인인 교회 형의 집에서 머물며 산후조리를 하던 때에 연막탄을 설치해 보기로 하였다.

물건들을 대충 다른 곳으로 옮기고 방한가운데 연막탄을 놓고 불을 피웠다.

거실과 방, 화장실, 집주인의 세간이 들어있던 방의 문도 열어두고 연막소독을 실시했다.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더니 어느 순간 집을 가득 메우는 걸 보고 문을 닫고 나왔다.

하룻밤을 그대로 두고 남편이 들어간 집은 차마 보기 힘들 정도였다고 한다.

나는 보면 절대 안 될 것 같아서 절대 집으로 못 들어오게 하여서 처참했던 실제상황은 볼 수가 없었다.

다만 남편의 입으로 전해 들은 얘기만을 전하자면 방과 거실이라는 공간에 수많은 바퀴벌레들이 죽어있었다고 전해 들었다. 특히 지금껏 본 적도 없는 크기의 바퀴벌레들도 수도 없이 많았다고 한다.

쓸어 담을 빗자루와 쓰레받기에는 한두 번의 비질에도 가득 쌓이는 상황이었고 이렇게 많은 바퀴벌레들이 숨어 있었다는 자체가 의아할 정도로 입을 다물지 못했다 했다.

어느 정도 남편이 정리를 끝내고 들어갔을 때도 여기저기 군데군데 죽어있는 바퀴벌레들의 사체가 치위도 치워도 끝이 없었다.

특히 남편과의 연애시절 받았던 사람키만 한 커다란 인형이 있었는데 인형 주변에 유독 많이 있길래 인형을 뜯어보았더니 인형 안의 솜에도 바퀴벌레들이 알을 낳아두고 거기에도 바퀴벌레들이 살고 있었던걸 보면서 기가 막혔었다.

삶은 태풍의 한가운데서 온갖 비바람을 견디며 살아야 살아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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