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은 작년만큼 눈이 많이 내릴까?
눈 오는 날이면 어릴 적 내가 자랐던 고향에서의 행복했던 겨울 추억들이 아른거린다.
나는 강원도 산골에서 태어나 스무 살이 될 때까지 그곳에서 지냈다.
강원도는 눈이 정말 많이 내렸다.
학교를 가려면 20분 정도를 걸어서 버스를 타러 가야 하는데 눈이 많이 내리는 날에는 버스가 제시간에 오질 않아 꽁꽁 언 손발을 호호 불면서 하염없이 버스를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강원도 길은 꼬불꼬불하다 보니 버스를 타고 가면서도 오르막길을 지날 땐 버스가 미끄러져 큰 사고가 날 뻔한 일도 있었다.
겨울이 시작될 무렵이면 아버지는 나무를 하러 산에 오르곤 했었다.
가끔씩 아버지를 따라 나무를 끌고 오기도 했는데 동네 친구들을 만나면 왠지 부끄럽기만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부끄러울 일도 아닌데 그땐 내가 사춘기였나 보다.
겨울이 유난히 춥던 날이면 엄마는 부엌에 있던 화로를 방안으로 옮겨와 우리들을 따듯하게 해주셨다.
엄마는 그렇게 추운 날에도 아침 5시만 되면 일어나 방안이 차갑기라도 할까 봐 아궁이에 불을 지피곤 했다.
아버지는 내 키보다 더 높게 쌓인 함박눈을 쓸며 우리가 학교 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었다.
그 길을 따라 등교하려고 하면 온통 하얀 세상 속에 오직 하나의 길만이 이어진 동화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겨울방학이면 꽁꽁 언 개울가에 나가 스케이트 날로 만든 썰매를 타며 추운 날씨도 잊고 하루 종일 놀기도 했다.
저녁밥 냄새가 퍼질 때쯤 엄마의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고 우리는 얼어붙은 손발을 아랫목에 녹이며 저녁을 기다렸다.
엄마가 만들어주던 음식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늙은 호박으로 만든 풀대 죽이었다.
나는 그 음식을 그리 즐겨먹지는 않았다.
풀대 죽은 처음 만들자마자 먹으면 따끈해서 맛있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식어서 내 입맛에 맞지 않았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나는 그때 엄마가 자주 해주던 풀대 죽이 자꾸만 생각난다.
그땐 어떻게 만든지도 모른 채 무심히 먹었는데 이제는 엄마를 기억하기 위해 레시피를 찾아가며 만들어 보곤 한다.
풀대 죽을 끓여 먹으면 그 순간 나는 잠시나마 다시 엄마를 만나게 되는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