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되기 위한 마음가짐.
"육아는 끊임없이 나를 내주어야 가능하다." - 못 참는 아이 욱하는 부모 / 오은영 / 코리아닷컴
(1)
결혼을 하고 임신 계획을 했을 때는 한번에 임신이 되는 줄 알았다.
밥 먹다가 "우욱"하며 뛰쳐나가는 아침 드라마 속의 여배우.
고딩엄빠에 자주 등장하는 두 줄 임신테스트기와 "하룻밤 실수였는데 두 줄이 나왔어요."라는 멘트.
이런걸 보며 요즘 난임이 많다지만 나와는 먼 이야기라 생각했다.
30대 중반이지만 요즘 40살 넘어서 출산하는 사람도 많고 남편도 연하니까 '당연히 되겠지'하고 그저 안일하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뭐든지 한번에 OK가 없었던 굴곡 있는 나의 인생에 '당연히'라는건 당.연.히 없었다.
4월 말에 결혼한 후 그저 순리대로 되겠거니하고 배란일 테스트도, 산전검사도 하지 않고 몇 개월을 보냈다. 하지만 봄이 지나고 날씨가 점점 더워질 때마다 마음은 초조해져갔다.
(2)
"내 몸에 문제가 있나?"
가을로 접어들 때쯤, 나는 이런 생각에 사로잡히며 점점 우울해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히 무지했던 탓이다. 배란일이 언제인지도 정확히 모르고, 심지어는 배란 후 24시간 안에 임신이 되어야한다는 것도 몰랐다. 가정 시간에 분명 배운 것 같은데 이렇게 멍충한 예비엄마라니. 결혼 전에 산전검사도 실시했어야했는데. 이제야 부랴부랴 찾아보며 e보건소에 산전검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참고로 산전 검사는 남자 5만원, 여자 13만원까지 검사비를 환급해준다. 정말 좋은 정책!)
검사는 간단했다. 피를 뽑고 초음파를 하고 일주일 후 검사 결과를 들으면 된다. 나팔관조형술은 너무너무 아프다는 얘길 들어서 긴장했는데 다행히(?) 피검사와 초음파 검사에서 정상이 나왔기 때문인지 의사 선생님께서 나팔관조형술까지는 권하지 않으셨다.
이번달은 반드시 성공하리라.
(3)
'증상놀이'
조그마한 증상에도 임신인가?하고 의심하는걸 예비 산모들 사이에서는 '증상놀이'라고 한단다. 왠지 몸이 더 뜨거운 것 같고 오른쪽 아랫배가 쿡쿡 쑤시는 것 같고. 아직 수정도 안 됐을 시기부터 매일매일을 기대했다. 이때를 떠올려보면 임용 최종 합격때만큼이나 마음이 초조했던 것 같다.
하지만 결과는. 비임신이었다.
너무나도 선명한 한 줄 임테기를 보며 나머지 한 줄을 더 찾기 위해 조명 아래에서 이리저리 비춰봤다. 예비 임산부들이 '생리예정일 하루전까지 한 줄이었는데 예정일 지나고 시작하지 않아 임테기 했더니 두 줄이었어요!'라고 올린 글을 보며 현실을 부정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알고 있었다. 아니라는걸.
자궁 내막이 튼튼해지는 약도 먹고 착상이 잘 되는 약도 매일매일 주입하고. 그 좋아하는 커피도 끊었다. 왕복 6시간을 달려 광주까지 가서 오리탕을 먹고 한달을 그렇게 임신만을 위해 노력했는데. 불합격이 되면 그동한 내가 한 공부가 아무것도 아니듯, 취업 현장만큼이나 임신도 가혹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안 된다고? '안되면 될 때까지.'를 외치는 나를 보며 주변 사람들은 마음을 편안히 가져야 아이가 생긴다고 했지만 초조함과 불안함, 매순간 임신 관련 정보를 찾아보는 집착은 줄지 않았다.
대체 마음은 어떻게해야 편해지는걸까. 아이가 생기기 전까지는 이런 마음이 지속될 것 같았다.
(4)
그러나 다행히도 이 글을 쓰는 지금,
얼마 전의 걱정과 불안과는 다르게 내 마음은 너무나도 편해졌다.
바로 남편의 편지 때문이었다.
11월 2일 우리가 사귄지 3년이 되는 날을 기념하며 남편은 거실 식탁에 꽃다발과 편지를 올려두었다. 퇴근 후에 맞이한 행복한 일상.
매번 기념일을 잘 챙기고 자상한 남편이었기에 아주 놀라진 않았지만 그래도 우울한 마음이 좀 가셨다. 처음엔 편지가 있는 줄 몰랐다가 꽃다발을 꽃병에 옮기면서 툭 떨어진 편지를 주워들어 읽었을 땐 이 모든 슬픔과 고민이 한방에 해결되는 기분이었다.
우울해보이는 나를 보며 같이 슬퍼했던 남편이 보였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걱정하지 말자는 남편의 따뜻한 말에 아직 성숙하지 못했던 나를 깨달았다.
'그래. 지금도 여전히 행복하고, 앞으로도 행복할텐데. 걱정한다고 해서 해결되는건 없으니 지금의 행복을 갉아먹지 말자.'
이후 여전히 우리는 예쁜 아기를 바라고 유튜브에 나오는 동글동글한 아기들을 보며 같이 웃고 우리의 미래를 꿈꾸지만 더 이상 슬프지는 않다.
우리에게도 아이가 찾아올거고, 찾아오지 않는다해도 여전히 행복하니까.
앞서 인용했던 '육아는 끊임없이 나를 내주어야 한다.'라는 오은영 선생님 말처럼 아기에게 좋은 부모가 될 준비를 먼저 하려고 한다. 좋은 부모가 되는 건 사랑이 많은 가정을 만들어주는 부모가 되는 거겠지.
밤잠을 설치고 아이를 위해 노력하는 육아 선배들을 보면서 함께 이토록 고되지만 끝없는 행복을 쌓아나갈 우리 가족의 미래를 꾸려본다.
이미 우리는 행복할 준비가 충분하니 함께 웃으러 오너라. 아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