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 태어남과 이별 사이

병합임신과 나팔관 절제

by 박현아

그렇게 몸과 마음을 추슬렀다.


처음 겪는 유산은 나에게 많은 것을

앗아갔다.


차가운 수술장 위에 누워 수술을

기다리며 하염없이 울었던 나에게

손을 잡아주던 간호사선생님은

다음에 꼭 임신 유지 해서 건강한 아이를

만날 거라 기도해 줬다.


바로 시험관 3차, 4차를 시도했고

결과는 실패였다.


하지만 나는 다시 또 도전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정자 5통의 앰플이

주는 압박감이 있었고 주변에서

들려오는 임신소식은 나를 더 옥죄었다.


시험관 5차까지 연달아 시도했고

드디어 또 임신이 됐다.


우리 부부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한 주 한 주를 보냈다.


두줄, 피검사, 아기집, 심장소리까지 듣고

비로소 알리기 시작했다.


이 아이는 강했을까, 아님 떠날 때를 알고

나를 기다려준 걸까.


임신 기간 내내 그렇게 피를 흘렸다.


기존에 맞던 주사 2대에서 1대가 추가 돼

하루에 총 3번의 주사를 내 배에 직접

놓고 버텼다.


그렇게 9주 차가 됐고 정말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생각지도 못한 일이

나에게 일어났다.


병합임신이라고 했다.

새벽에 갑자기 배가 너무 아파

산부인과에서 대학병원으로 옮겨진 나에게

들려온 청천벽력 같은 진단이었다.


배아를 두 개 넣어 이식을 했는데

자궁 내, 자궁 밖에 동시에 착상 돼

임신이 된 것이다.


하나는 배 안에서 무럭무럭 자라 9주 차였고

하나는 나팔관에 자리 잡아 6주 차였다.


대학병원에서 확인한 나팔관 속 아이는

심장이 우렁차게 뛰고 있었다.

쌍둥이인 건가 하는 의미 없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지만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강력했다.


결국 나는 아이를

품은 채 수술장에 들어갔다.


나팔관은 절제됐고 그렇게 하나는

떠나보내고 하나는 살리기로 했다.


전신마취 수술도 견뎌준 아이는

힘찬 심장소리를 들려주며

나에게 희망을 주었다.


다 견딜 수 있었다.

이 아이를 만날 수 있다면

나는 전신마취도, 진통제 없이 겪어야

하는 수술 이후의 고통도 다 견딜 수 있었다.


그렇게 아슬아슬한 임신은

어느덧 20주를 향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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