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 태어남과 이별 사이

중기유산 : 20주 6일의 이별

by 박현아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지나고

이제는 좀 안심해도 될까 싶던

어느 날.


20주 6일이었다.


진통은 정말 예고 없이 찾아왔다

배가 단단하게 뭉치고 허리가 부서질 듯

아파오며 숨을 쉬지 못하게 했다.


저번 나팔관에 착상한 아이가

커가는 통증처럼, 어쩌면 그보다 더 아프기에

이렇게 배가 좀 뭉치나 보다 했었지

이게 진통일 줄은 상상상도 못했다.


의사는 자궁 경부가 다 열렸고

아이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지?

왜 아이가 나온다는 거지?


울면서 신랑에게 전화했고

신랑은 다시 병원으로 오고 있었다.


아이가 나오지 못하게 묶는 수술은

그때 당시의 기억으론 A병원과 B병원

뿐이라 했는데 내가 사는 지역에서

엠뷸런스를 타고 바로 가도 최소 4시간.


올라가다가 차에서 아이를 낳을 수도

있다며 나를 받아주지 않았고

나는 근처 가장 큰 대학병원으로

옮겨졌다.


아이는 아직 살아있었다.

심장은 또렷하게 뛰고 있었고

초음파 화면 속 작은 몸은 쉼 없이 움직였다.


박동 소리를 들으며 계속 되뇌었다.

부디 아이를 나중에 만날 수 있게 해 주세요.

아가야, 제발 위로 올라가서 엄마랑

최소 한 달만, 이주만 뒤에 만나자.


하지만 진통은 멈추지 않았다.

간격은 5분, 3분, 2분, 1분 점점 줄어들었고

선택은 나의 몫이라고 했다.


내진을 하던 의사는 손가락 한마디만

들어갔는데 아이의 발이 만져진다고 했다.


그때 결정했다.

이 아이는 나오려고 발버둥을 치고

나는 더 이상 막을 수가 없고

하늘의 뜻이라면 낳아야겠지.


코로나 검사 결과가 늦게 나와

밖에서 대기 중인 신랑에게도 나의

결정이 전해졌고 나는 진통실로 옮겨졌다.


그곳은 생명과 이별이 함께 있는

공간이었다.


바로 옆 침대에서 들리는 산모의 진통소리,

연이어 들리는 우렁찬 아이의 울음소리.


그 아이의 첫울음이 그들에게는 축복이겠지만

나에게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선사했다.


같은 공간, 같은 시간 나란히 옆 배드에

누웠던 사람인데 결과는 정반대의 끝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날 나는 철저히 혼자였다.


네 시간 동안 홀로 첫 진통을 겪었으며

밖으로 나오려는 아이에게 원망의

말을 퍼붓는 못된 엄마였다.


하늘이 노랗게 빛나고 세상이

어지럽게 요동치던 그 순간

그때 내 아들이 태어났다.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손을 희미하게 뻗었지만 안을 수 없었고

눈을 열심히 굴렸지만 볼 수 없었다.


내 안에서 숨 쉬던 작은 생명은

세상에 나온 지 1초 만에

내 곁을 스쳐 지나갔다.


그날 이후 종종 진통실의 약냄새와

비명소리와 하얗던 하늘을 떠올린다.


누군가의 첫울음과 행복의 웃음이 들렸고

쿵쿵 뛰던 아이의 심장소리와

이질감 느껴지던 기계소리,

거칠었던 나의 숨소리

그리고 아무 말할 수 없이 속절없이

흐르던 시간까지.


모든 것이 다 뒤섞여 내 안에 살아있다.



2022.01.07

내 아이가 태어난 날

그리고 내 아이가 없어진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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