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인 감정은 전염이 빠르다

동생에게 동일시 되어가는 나

by 누럭

부정적인 감정은 전염이 빠르다. 동생과의 애착관계가 깊은 나에게는 부정적인 감정이 더욱 빠르게 전염되어갔다.

동생이 눈물을 흘린다. 나도 눈물을 흘린다. 동생이 분노한다. 나도 분노한다. 동생이 무기력하다. 나도 무기력하다. 이렇게 난 동생과 동일시 되어갔다.


동생은 나에게 부정적인 말을 늘어놓았다. 물론 항상 그렇지만은 않았다. “언니가 있어서 다행이야”, “언니가 있어서 좋아”, “언니랑 같이 있을래”와 같은 긍정적인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다.

그런데 어느순간부터 잠자리에 들어 눈을 감으면 동생의 우는 소리, 분노가 담긴 외침, 동생의 외로움, 고통, 슬픔이 내 귓소리로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또 어느순간부터는 내가 동생의 특정 행동이나 말투를 따라하게 되었다. “싫어, 저리가, 어쩌라고, 니가 뭔데”와 같은 동생이 자주 쓰는 단어도 매일 찾아오는 슬픔과 눈물도 다 나를 따라오게되었다. 동생과 엄마에게는 티를 낼 수 없었다. 퇴근 후 주차를 한 후 시동을 끄고 집으로 들어가기 전, 그 때의 시간만이 내가 온전히 내 감정을 표출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어두운 주차장에서 그렇게 난 매일 울었다.


나에게 우울감이 찾아온건이다. 어쩌면 당연스러운 결과일지도 모른다. 동생과 난 같은 상처를 받았고 그 상처로 동생은 우울증이 걸리게 된 것이니.

우울감이 찾아오니 동생의 우는 소리가 지겨워졌다. 엄마가 미워졌고 동생의 투정도 짜증이 났다.


정신과에 찾아갔다. 의사선생님께서는 내 이야기를 조용히 들으셨고 나는 온갖 감정을 표출하고 토해냈다. 의사선생님이 나에게 말했다. 본인은 지금 아픈거라고…그 말이 나를 계속해서 살게한다. 그래 나는 아파서 그런거야 나는 지금 아픈거야 나도 충분히 아파도 되는 사람이야 이렇게 생각하니 속이 후련했다. 내 아픔을 인정받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나는 정신과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고 엄마는 우울증에 걸린 두 딸을 돌봐야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난 정신과에 다녀온 후 비로소 집에서 숨지 않고 눈물을 흘릴 수 있었다. 이 이야기의 같은 상처를 받은 자매가 우울증을 마주하고 겪어내고 극복하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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