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망대해에서 길을 알려주는 것은 정신없이 돌아가는 나침반뿐이었을 시절, 바다로 간 사람들의 마음을 생각한다. 그들은 무엇을 위해서 무엇을 버리고 바다로 떠났을까? 또렷이 보이는 수평선만 믿고 떠났다기에 바다는 너무나 커다래서. 깊이도 너비도 헤아릴 수 없어서. 길을 잃을지도 모르는 바다 위를 결연한 표정으로 나아갔을 그들은 어쩌면 이미 길을 잃었던 것일까? 쪽배 위에 올라타 노를 젓고 닻을 내리고... 물살과 바람과 맞서 항해하는 기분을 나는 평생 알지 못할 것이다.
대신 텁텁한 모래 위에 앉아본다. 모래와 겹쳐지자 부서지는 파도와 멈춘 듯 울렁이는 수평선, 짭조름한 바다 냄새, 뺨을 스치는 바닷바람. 바다로 나아갈 용기도 없으면서 바다를 동경한다. 언젠가 나도 떠날 수 있을까? 바다에서 길을 잃어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