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너무 많이 잔다. 의사는 내게 잠이 많이 필요한 것이니 많이 자라고 했다. 하지만… 하루의 절반만큼 자고, 아침 식사일지 점심 식사일지 모르는 것을 먹고, 다시 하루의 육분의 일만큼 잔다. 이제 정말 일어나야지. 다짐한 나는 여전히 반쯤 누운 자세로 의미 없는 손가락 질을 한다. 그러다 다시 잠에 빠진다. 너무 많이 자는 것 같다고요….
인간은 여름잠을 잘 수 있는 유일한 동물? 잠이 필요해서 잠을 자고 잠이 와서 잠을 자고 할 일이 없어서 잠을 자고 할 일에서 도망치려 잠을 자고 그러니까 사실 나는 잠을 자고 싶은 것이다….
만약에 내가 더 이상 못 자게 되면 어떡하지? 그러니까 불면에 시달린다거나, 끊임없이 악몽을 꾼다거나…. 그때 나는 하루의 절반이 한참 넘는 시간을 무얼 하며 보내야 하나?
잠을 자거나, 어딘가로 떠난다. 이것이 나의 몸에 밴 여름의 규칙. 그러니까 사실은 여름으로부터 도망치는 것이다. 여름의 열기, 끈적함, 생생함, …. 잠을 잔다는 것은 여름의 모든 것으로부터 도망치는 것. 외부의 어떤 것도 느끼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 어딘가로 떠난다는 것은 여름의 모든 것과 마주하는 것. 더위, 습기, 생명을 온몸으로 느끼겠다는 알량한 결심. 나는 깊은 잠에 빠져 현실을 외면하다가 어느 순간 직면한 현실을 외면하려 떠났던 것이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곳에서 어질러진 것들을 외면하려 깊은 잠에 빠지고…. 뫼비우스의 띠를 인간의 힘으로 끊을 수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