띡 띡 띡 띡 띠리릭-
현관을 열고 신발을 벗자마자 안방으로 호다다닥 달려오는 아들의 소리가 들렸다. 찬 공기가 방 안까지 훅- 들이쳤다. 패딩을 아무렇게나 던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볼 빨간 아들이 몸살로 드러누운 방 안으로 얼굴을 비죽이 내밀었다.
"엄마 많이 아파?"
일가도서관에서 역사수업을 듣고 온 아들은 한 손에 붕어빵 하나를 들고 있었다. 3개 2000원인데 한 개는 오면서 꿀꺽하고, 한 개는 자기 거, 나머지 한 개는 내 거란다. 보기에도 다 식은 붕어빵이지만 나를 생각해서 남겨왔다고 하니 기특한 마음이 들었다.
미사에는 도서관이 많다. 미사도서관은 우리 집에서 1.3km, 일가도서관은 1.1km, 디지털도서관은 995m, 나룰도서관은 1.9km로 걸어서 30분이면 넉넉히 도착하는 거리이다.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이 혼자 걷기에 쉬운 거리는 아닌데, 내가 수업이 있는 날은 어쩔 수 없이 혼자 다닌다. 대신에 주머니에 용돈을 조금 넣어주면 오며 가며 군것질을 할 수 있는 거리이기도 하기에 군말 없이 잘 걸어 다닌다.
30분이나 되는 긴 여정동안, 남은 2개의 붕어빵을 '먹느냐 마느냐' 하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애써 참아냈을 아들을 생각하니 짠-하기까지 했다. 안 봐도 비디오로 첫 붕어빵 한 마리는 받아 들자마자 호로록- 순삭 했을 아들이었을 텐데 말이다.
“엄마 겨울은 윤이가 찾아왔네.”
다 식은 붕어빵에서 달달한 웃음이 새어 나왔다. 붕어빵을 건네는 아들 손끝이 차가워 마주 잡고는 거실로 나왔다. 자리에 앉아 손에 쥔 붕어빵을 보니 고놈 참 이쁘게도 생겼다. 먹기 아까울 정도로 말이다. 바삭한 꼬리부터 한입 베어 물으니 달콤한 슈크림이 흘러나와 입안에 퍼졌다.
아들은 붕어빵 사던 순간을 눈을 반짝이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지갑에 1900원밖에 없어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어 붕어빵 할아버지께 100원만 깎아주실 수 있냐고 부탁드렸는데 ‘1800원에 3마리 사간 아이도 있으니 괜찮다’ 하셨단다. 말 끝으로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온 개선장군처럼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맛있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이 도서관 마지막 수업이라 붕어빵은 이제 안녕이네.”
앞으로 붕어빵을 못 사 먹게 될 자신이 아쉬운 건지, 엄마에게 못 사줘서 아쉬운 건지는 알 수 없었으나 아들이 건넨 ‘붕어빵’ 하나로 나는 붕어 한 마리 먹은 것보다 더 큰 힘을 내리라 생각했다. 힘겹던 오늘 하루가 슈크림처럼 녹아내렸다. 아들이 나를 생각했다는 사실이 감기약보다 더 큰 에너지와 위로가 된다는 걸 새삼 느꼈다.
붕어빵을 한가득 입에 밀어 넣고는 오물거리며 오늘 있었던 일들을 쉴 새 없이 재잘거리는 아들을 지긋이 바라보며, 이 아이가 없었다면 나는 붕어빵이 이렇게 맛있는 간식이라는 걸 평생 알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 이 순간이 ‘행복’이고 '사랑'이라고 마음속에 꾹꾹 눌러 담았다.
아들 입이 즐거워 목구멍에서 맛있는 소리가 새어 나온다.
“옴뇸뇸 쫍쫍쫍”
나도 아들을 따라 맛있는 소리를 내어본다. 옴뇸뇸 쫍쫍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