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믿기지 않았다. 복지의 모범국이라던 그곳에서 2022년 갱단 범죄 용의자 중 15~20세가 29.7%, 총기 살인·과실치사 범죄로는 45.1%에 달한다는 소식이었다. 9세 때부터 갱단 활동을 했다는 한 청소년이 "이전에는 누군가를 죽이는 데 100만 크로나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고 담담히 말하는 장면은 나의 눈과 귀를 의심케 했다. 아홉 살, 초등학교 2학년 나이에 무엇을 알까 싶은데 스웨덴의 아이들은 이미 범죄 조직의 일원이 되어 있었다.
스웨덴에는 무상교육이 있다. 의료보장도 있고, 복지제도도 탄탄하다. 그럼에도 왜 아이들은 총을 들었을까? 스웨덴 이민부 장관조차 "이민 2세대의 통합 부족으로 갱단에서 활동하는 이민자의 비율이 높아졌다. 많은 젊은이들이 가정에서 스웨덴어를 배우지 못해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으며, 시간이 지나면 갱들이 그들의 우상이 된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제도는 있었지만 마음이 닿지 않았고, 물질적 지원은 충분했지만 정서적 유대는 끊어졌다. 그 공백을 범죄 조직이 메웠다.
한국도 남의 일이 아니다. 청소년 마약사범이 2018년 56명에서 2023년 786명으로, 약 14배나 급증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한 마약 광고에 쉽게 노출되고, 온라인 환경의 접근성과 익명성 때문에 과거보다 마약을 훨씬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약을 처음 사용한 이유를 물으니 '호기심'과 '다른 사람의 권유'가 60% 이상이었다.
'호기심'이라는 단어가 참 씁쓸하다. 그 뒤에 숨은 진짜 이유는 뭘까. '딱히 할 일이 없어서', '친구가 해보라고 해서', '재미있을 것 같아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입시 경쟁의 틀을 만들어 깔아줬지만, 그 틀에서 벗어난 아이들에게는 무엇을 줬을까? 학교를 그만둔 아이, 가정에서 방치된 아이들에게 사회는 어떤 손을 내밀었을까?
법을 강화하는 것은 쉽다. 처벌 연령을 낮추고, 형량을 높이면 된다. 스웨덴도 그렇게 했다. 하지만 한 범죄학 교수는 이렇게 지적했다. "갱단에 신병을 공급하는 속도를 늦추려면 불평등을 줄여야 한다. 더 가혹한 처벌로는 이러한 문제를 극복할 수 없다."
맞는 말이다. 법은 이미 범죄를 저지른 아이를 다룬다. 하지만 우리가 진짜 해야 할 일은 아이가 범죄로 향하기 전에 그 길목에서 다른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탈한 청소년을 '발견'하는 시스템이다. 학교를 그만둔 순간, 가정에서 방치되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개입할 수 있는 안전망 말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대안'이다. 청소년을 범죄에서 끌어내는 것만큼이나, 그들에게 다른 길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직업 훈련, 검정고시 지원, 멘토, 방과후 활동. 한 아이가 학교를 그만뒀을 때, 그 아이를 찾아가서 "너는 이런 길도 있다"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마약 투약사범의 재범률은 40%로 일반범죄의 20%보다 높지만, 기소유예 후 교육을 받게 했을 때 재범률은 5% 이내로 떨어졌다는 통계가 있는데, 이는 처벌보다 치료와 교육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아이들은 '나쁜 아이'여서 범죄를 저지르는 게 아니라, 길을 잃었기 때문에 범죄로 흘러가는 것이다. 우리가 그 길을 다시 밝혀주면, 돌아올 수 있다.
온라인 환경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올라오는 마약 광고를 청소년들이 쉽게 접하는데, 이러한 광고의 차단 및 모니터링 인력이 매우 부족하다. 플랫폼 기업들에게 자율규제만 맡겨서는 안 되며, 청소년들에게 온라인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해서 유해 콘텐츠를 스스로 판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넬슨 만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인생의 가장 큰 영광은 결코 넘어지지 않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넘어질 때마다 일어서는 데 있다." 우리 아이들도 넘어질 수 있다. 중요한 건 그때 누군가 손을 내밀어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돕는 것이다.
스웨덴의 비극은 우리에게 주어진 경고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기회가 있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선택지는 명확하다. 법정 연령 논쟁 같은 지엽적인 문제에 매몰될 것인지, 아니면 청소년들이 범죄로 향하는 그 순간에 다른 길을 함께 찾아줄 것인지.
우리가 지금 다루는 건 단순한 범죄 현상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미래다. 오늘 우리가 아이들에게 무엇을 주느냐에 따라, 그들이 내일 우리에게 무엇을 돌려줄지가 결정된다. 처벌이 아니라 보호를, 격리가 아니라 통합을, 포기가 아니라 기회를 주는 사회. 그것이 청소년을 구하는 길이자, 우리 모두를 구하는 길이다.
안창호 선생께서 늘 강조하셨듯이 교육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그리고 그 교육은 교실 안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거리에서, 지역사회에서, 한 어른이 한 아이의 손을 잡아주는 그 순간에도 일어난다. 지금 이 순간 어딘가에서 길을 잃어가고 있을 아이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