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 모아둔 건 없어도 이야기는 많습니다

by 서아벨

서른 살 모아둔 건 없어도 이야기는 많습니다


한국에서 서른 살이라는 나이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많은 사람들에게 물어본다면, 나이가 어느 정도 들어 사회에서 어느 정도 자리 잡아가기 시작한 나이라고 말할 것 같다. 실제로 내 친구들과 나를 비교했을 때, 좋은 기업에 취업해서 많은 돈을 모아가고 있는 친구도 있고 벌써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가정을 꾸리거나 사업을 시작해서 키워가는 친구도 있다.


하지만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그러지 못했고, 언론에서는 나와 같은 사람들을 쉬었음 청년, 자살위기청년, MZ세대 등과 같은 여러 가지 말들로 정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느 나이가 되면 대학을 가고, 졸업을 해야 하며,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해야 한다는, 사회가 암묵적으로 정한 기준에 따른 시간표가 존재한다. 그리고 이렇게 사회가 정한 시간표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또 다른 말들로 우리들을 정의할지도 모른다. 기성세대의 입장에서 본다면 단지, 나와 같은 사람들은 노력도 안 하고, 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에 불과할 뿐이니까.


사람들마다 각자의 이야기가 존재하기에, 모든 사람을 어떤 기준에 맞추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는 현재 100세 시대를 넘어서서 120세의 시대로 가고 있다. 이러한 12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한 번도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나는 과거의 긴 시간 동안 많은 아픔들과 함께 했고, 그로 인해 힘들어했다. 그리고 나는 그 시간들을 보내고 2025년 서른 살이 되었다. 사회가 정한 시간표에 따르면 나는 모아둔 것도, 이뤄낸 것도 딱히 없다. 하지만, 그로 인한 이야기는 많이 가지고 있다. 나의 이야기들은 해결책을 제시하는 자기 계발서가 아니다. 그리고, 나는 누군가에게 정답을 알려줄 자격 같은 것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나와 같은 이들은 해결책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네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줄 단 한 사람을 바랄 뿐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글을 쓰려고 한다. 우리는 각자의 속도로, 각자의 보폭으로 나아가면 된다. 어제보다 조금 나은 오늘이면 충분하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 글이 당신의 어둠을 전부 걷어낼 수는 없겠지만, 캄캄한 방 안에서 더듬더듬 스위치를 찾을 때 잠시나마 곁을 비춰주는 작은 촛불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당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만으로도, 때로는 어두운 밤을 건널 힘이 생기기도 하니까.


각자의 속도로 나아가기 위해 쉬어가는 당신 곁에 나의 이야기가 잠시 앉아있다가 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