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로그인 ​#10. 영악한 감사의 가성비

내 몸을 강제 스캐닝하여 찾아낸 생존 자산

by 있는그대

​휴식이라는 이름의 '저전력 모드'를 거치고 나니, 아주 조금씩 마음의 회로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세상은 잿빛이고, 당장 해결해야 할 숙제들은 모니터 밖으로 쏟아질 듯 저를 압박합니다. '이제 겨우 좀 쉬었는데, 또 어떻게 저 파도를 넘지?' 막막함이 밀려오려는 찰나, 갑자기 제 고개가 의지와 상관없이 옆으로 툭 돌아갑니다.
​제 눈동자가 무엇인가를 강렬하게 쫓기 시작합니다. 제 의지가 아닙니다.


​[부처님 로그인: 시스템 강제 정밀 스캔 시작]


​부처님은 내 시신경을 장악해 방 안의 풍경들을 강제로 확대합니다. 반쯤 식은 커피 잔의 온기, 창가에 걸린 작은 햇살.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데이터들을 내 뇌에 강제로 입력하십니다.
​"네 뇌는 지금 결핍에만 에너지를 쏟고 있다. 비효율적이다. 이제부터 내 주도로 이미 확보된 자원만 스캐닝한다."
​내 손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가슴 위에 얹어집니다. 쿵쾅거리는 심장의 박동이 손바닥을 타고 뇌로 직결됩니다. '살아있음'이라는 데이터가 강제로 승인되자, 내 안의 불안 회로가 강제로 종료됩니다.
​"남들보다 잘나기 위해 애쓰는 데는 무한대의 비용이 들지만, 이미 있는 나 자신과 이 사소한 풍경에 만족하는 데는 아무런 비용도 들지 않아. 어떤 게 더 이득인지 계산이 안 서나? 감사는 네 마음이 타버리지 않게 만드는 가장 효율적인 냉각수다."
​부처님은 제 입술을 강제로 열어 단호하게 선포하십니다. 0순위 자산인 '나 자신'에 대한 데이터가 강제로 승인되자, 비명을 지르던 불안 회로가 순식간에 멈춥니다.
​"오늘은 거창한 성공 따위에 목매지 마라. 그저 숨이 잘 쉬어지는 폐의 기특함에 감탄하고, 여기까지 버텨온 너라는 존재의 귀함에나 집중해. 그렇게 마음의 눈을 '이미 가진 것'으로 돌려놓는 것만으로도, 네 오늘 하루는 확실한 남는 장사가 될 테니까."
​부처님의 영악한 강제 집행 덕분에, 제 머릿속 주판알이 빠르게 튕겨 나갑니다. '정말이네, 잃은 것보다 가진 게 훨씬 많잖아.' 지능적인 계산이 끝난 순간, 제 몸을 감싸던 팽팽한 제어권이 서서히 풀려납니다.


​[부처님 로그아웃: 마음의 주파수를 '흑자'로 고정한 채 반환합니다.]
​그분이 떠난 자리, 다시 제 손으로 커피 잔을 쥡니다. 아까와 같은 잔인데도 손끝에 닿는 온기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감사는 나를 가장 먼저 아낄 줄 아는 지혜로운 자가 부리는 가장 영리한 기술이라는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