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부모가 되고, 자녀를 키우게 되고 또 다른 부모들을 보고 드는 생각
양육 또는 육아를 식물을 키우는 것으로 비유하자면, 부모의 역할이란 내 자녀가 생긴 대로 자라도록 지켜보고 지지해 주고 필요한 양분과 햇빛, 물을 적절하게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모는 그 식물의 씨앗을 만들었으므로 결국 부모가 어떤 사람이냐가 아이의 대부분을 결정하겠지만..
뿌리내릴 흙 그 자체가 부모이므로 흙이 양질이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일 테고.
부모가 제공해 주거나 경제적으로 지원해 주는 환경적인 모든 것은 양분, 햇빛, 물 등이 될 것인데 이때 ‘적절하게, 적정 수준’으로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해서도 안되고 부족해서도 안되고.. 그 기준은 오로지 부모와 자녀의 상호작용으로 매 순간 선택해서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문가가 정해주는 것도 아니고 남이 정해주는 것은 더더욱 아니고 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오직 부모와 자녀 그들이 함께 선택해서 그들만의 삶을 사는 것.
최근에 내가 겪거나 간접적으로 알게 된 부모들 중에 일부는 자녀가 어떤 모습이기를 바라서, 마치 분재하는 것과 같이 자기가 보기에, 혹은 남이 보기에 예뻐 보이도록 예쁜 화분에 담고 가지를 꺾고, 쳐내고 틀에 가두고 철사를 달고.. 그런 형태로 자녀가 어떠하기를 직간접적으로 강요하는 모습들이 있는 것 같다.
그 이유는 자녀를 사랑하기 때문에, 자녀가 잘되기를 바라서, 자녀를 위해서.
더 과한 경우는 꽃꽂이를 하듯이 내 자녀가 가장 화려하고 주목받는 한 송이의 꽃이 될 수 있도록 자녀를 원하는 형태로 만드는 것을 넘어서서 주변에 어떤 꽃이나 잎이 놓여야 할지, 친구마저 가리고 자녀의 사회적 상호작용까지 과도하게 간섭을 하는 것이 보인다.
이것이 그 가정의 문제로 끝난다면 좋겠지만 불행하게도 이런 부모는 다른 가정에도 해를 끼친다.
그러한 부모들 중 많은 수가 본인의 결핍을 아이를 통해 해소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녀는 자기를 닮을 수밖에 없으니 본인이 살아오면서 힘들었던 부분을 아이가 답습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이 과한 사랑에 아이가 질식해 죽거나 자생력을 잃어 부모가 없이는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지경이 된다는 것은 전혀 생각지 못하는 것 같다.
’사랑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고?‘
‘내가 널 사랑해서 한 일인데 잘못됐다고?‘
‘내가 아이를 망치고 있다고?’
또 자기가 낳았을지라도 자녀는 명백히 자신과는 전혀 다른 사람인데 정신적으로 분리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자녀의 일에 과도하게 감정이입을 하거나 과도하게 개입하거나.
이 일은 자녀가 성인이 되고 나서도 부모로부터 완전한 정신적 독립을 이루지 못하게 하는 악순환이 되기도 한다.
삶에 있어서 모든 일에 균형을 잡는 것.
이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어려운 일인지 나는 잘 안다.
하물며 자녀의 일은 그 결과를 나만 오롯이 책임지면 끝나는 일도 아니고 자녀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니 더 어렵고 무거울 수밖에.
나는 언제나 내 자녀가 속해있는 숲을 보려 노력하고 싶다. 숲 속에서 내 자녀가 한송이의 꽃일 수도, 나무 일수도, 풀 일수도, 잡초일 수도 있고 또 그것이 누군가에게 주목받을 수도, 사랑받을 수도, 전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 어느 것도 중요하지 않고 그 존재 자체로 소중하고 사랑받을 자격이 있음을 아는 것.
자신을 사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 본 사람만이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다고 믿는다) 자기가 스스로를 미워하는 순간조차 최소한 부모는 자기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도록 내가 믿음을 주고 많이 표현하고 최종적으로는 아이들 각자 그 한 생명이 자기에게 주어진 생명력을 다 하고 매 순간 자기 확신을 가지고 힘차게 ‘생긴 대로 자랄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선까지 적절한 지원을 하는 것.
그래서 주변에 있는 풀, 꽃, 나무와 어우러져서 부모가 없이도 저들끼리 멋진 숲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게 부모로서의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더 좋은 흙이 되도록 노력하고 우리 아이가 숲에 잘 적응하고 어우러지고 그 숲이 더 울창해지고 번성하도록 노력할 때 나도 우리 아이도 조금 더 크게는 우리 사회가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믿는다.
결국 좋은 부모가 되는 가장 중요하고도 좋은 방법은 내가 좋은 사람이 되도록 끊임없이 생각하고 힘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