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 시대, 지치지 않고 나아가는 법에 대한 단상

어느 1인 콘텐츠 창작자의 번아웃 극복과 지속 가능한 루틴 설계기

by Sophie

끝나지 않는 숙제 같았던 ‘매일 업로드’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확인하는 것은 간밤의 조회수와 댓글 반응이었다. 숫자 몇 개에 하루의 기분이 좌우되던 날들이었다.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으려면 꾸준해야 한다’는 막연한 압박감은 어느새 창작의 즐거움을 잊게 만들었다. 아이디어를 내고 촬영하는 과정까지는 아직 설렘이 남아 있었지만, 문제는 늘 그 이후였다.

수십 기가에 달하는 원본 영상을 타임라인에 올리는 순간부터 깊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1시간 분량의 영상 속에서 어떤 구간이 사람들의 시선을 1초라도 더 붙잡을 수 있을까. 이 지루한 구간을 어떻게 덜어내야 할까. 정답 없는 고민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다 보면, 어느새 창밖은 푸르스름한 새벽빛이 감돌았다. 그렇게 밤을 새워 완성한 결과물이 외면받을 때면, 마음속 무언가가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다. 이것이 바로 ‘창작 피로’ 혹은 번아웃의 시작이었을 것이다.

성장의 걸림돌, 과정이 아닌 결과에 대한 집착

돌이켜보면, 나는 창작의 ‘과정’이 아닌 ‘결과’에만 집착하고 있었다. 더 많은 조회수, 더 많은 구독자. 그 목표를 위해 가장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나 자신을 채찍질했다. 특히 긴 영상에서 하이라이트를 찾아내는 작업은 순수한 ‘노가다’에 가까웠다. 처음부터 끝까지 몇 번이고 영상을 돌려보며 감에 의존해 구간을 잘라내는 일. 창의력보다는 인내심을 요구하는 그 과정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진했다.

문제는 이런 소모적인 작업 방식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할 시간을 앗아간다는 점이었다. 머릿속은 온통 편집 생각뿐이었고, 세상을 바라보는 신선한 시각을 잃어갔다. 창작자에게 가장 중요한 ‘관찰’과 ‘사유’의 근육이 점점 약해지고 있었던 것이다.

나만의 시스템을 구축하다

어느 순간 깨달았다. 이대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모든 과정을 내 손으로 직접 해야만 ‘진짜’라는 생각은 오만일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나의 에너지를 어디에 집중할 것인가의 문제였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과정에 쏟을 에너지를, 기획과 스토리텔링이라는 창작의 본질에 쏟아야 했다.

그때부터 나의 작업 방식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비효율적인 과정을 줄일 수 있을까. 그러다 요즘에는 긴 영상을 분석해 주요 구간을 제안하는 AI Clip Maker 같은 기술의 흐름에 대해서도 접하게 되었다. 기술의 발전을 창작 과정에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의 경우, 이제는 초벌 편집의 일부를 시스템에 맡기는 실험을 하고 있다. 가령 Short AI 같은 도구를 활용해 1차적으로 클립 후보군을 추려내고, 나는 그 결과물을 바탕으로 전체적인 흐름을 재구성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데 집중하는 식이다. 단순 반복 작업이 줄어들자, 비로소 영상의 큰 그림을 보고 스토리를 엮어 나가는 즐거움을 되찾을 수 있었다.

꾸준함을 위한 나만의 시스템 만들기

가장 큰 변화는 물리적인 시간이 아닌, ‘심리적 여유’를 되찾았다는 점이다. 반복 작업에서 해방되자 세상을 관찰하고, 다른 창작자들의 작품을 감상하고, 온전히 나를 위한 휴식을 가질 시간이 생겼다. 이러한 재충전의 시간은 결국 더 나은 기획과 아이디어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었다.

이 글은 특정 도구를 소개하기 위함이 아니다. 혹시 과거의 나처럼 번아웃의 문턱에서 홀로 힘들어하고 있을 ‘창작자 동지’들에게, 지속 가능한 창작을 위해서는 자신만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을 건네고 싶을 뿐이다. 그것이 새로운 도구의 활용이든, 작업 시간의 엄격한 분리든, 혹은 과감한 위임이든 말이다.

중요한 것은 지치지 않고, 내가 사랑하는 이 일을 오랫동안 계속해 나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우리에겐 더 똑똑하게 일하고, 창작의 본질에 집중하며,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자기만의 단단한 시스템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