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보다 믿음을 건네는 방식
겨울 트리 앞에서
엄마가 남겨준 작은 배냇저고리를 다시 꺼내본다.
전구 사이로 은은하게 비치는 하얀 천,
그 안에 담긴 시간에서 따스함이 스며 나온다.
생각해 보면, 완벽하게 준비된 엄마란 없다.
나의 임신 준비도 그랬다.
지인이 “아기는 언제쯤…?” 물을 때마다
나는 늘 “아직 준비가 안 됐어”라고 답했고,
돌아오던 말은 비슷했다.
“준비란 없어ㅎㅎ”
아이가 태어나면
모래시계는 ‘탁’ 하고 놓이고
시간은 믿기 어려울 만큼 빠르게 흘러간다.
조리원에서 집으로 나오기 전,
잠깐 겁이 났던 순간이 있다.
“잘할 수 있을까?”
그때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괜찮아. 처음인데 뭐~ 하다 보면 돼.”
백과사전 같은 조언보다
내 마음을 붙잡은 건
그 짧은 말 한마디였다.
힘과 믿음이 섞인 목소리.
돌이켜보면
내가 자라온 시간에도
엄마는 늘 그런 사람이었다.
정답을 알려주기보다
“해봐,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사람.
그리고 지금,
엄마가 된 나는
그 방식을 다시 배우고 있다.
내 아이에게도
정답 대신 ‘믿음’을 건네는 엄마가 되고 싶다.
하루하루 쌓여가는 나의 팔레트 위에
엄마가 남겨준 이 따뜻한 색을
나도 조용히 이어 칠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