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해도 괜찮다.
요즘 들어 하늘을 더 많이 사진 찍게 된다.
밤이 깊어 모두 잠든 시간, 나도 쉬어야 하지만
그 시간엔 묘하게도 TV를 보거나 이렇게 글을 쓰게 된다.
그럴 때마다 요즘 찍은 하늘 사진들을 보며,
문득, 오랫동안 좋아해 온 하늘색을 떠올리곤 한다.
어릴 때부터 나는 하늘색을 참 좋아했다.
선물을 고를 때면 이유도 없이 늘 하늘색을 집어 들었고,
그 색이 나에게 잘 어울리는지조차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마음이 갔던 색.
이유 없는 끌림이었다.
생각해 보면 나는 조용하고, 착하고,
부모님 말씀 잘 듣는 아이이고 싶어 했다.
공부도 잘하고 싶고, 누군가에게 칭찬받고 싶은 마음.
그때의 그런 마음이 하늘색을 더 좋아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다 어느 순간,
‘착한 아이’라는 틀에서 벗어나고 싶던 시절도 있었다.
그때는 하늘색이 아닌, 빨강·초록·보라·핑크 같은
온갖 색을 골라 입으며 나를 표현해보려 했다.
꼭 무언가를 증명하듯, 색으로 나를 드러내던 시기였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지금의 하늘색은 예전처럼
‘착해야 한다’는 마음을 떠올리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편안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색이 되었다.
어린 시절 좋아했던 하늘색이
다시 지금의 나에게 말을 건네는 밤.
그 색을 조용히 바라보며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를 천천히 이어 본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하늘색이 건네는 그 작은 위로를
조용히 받아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