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자의 악몽
시스테나 전선 뒤편의 대장간은 끝없이 이어지는 전쟁의 참상 속에서 끊임없이 불을 밝히고 있었다. 외부는 마치 거대한 바위로 조각된 듯 단단하고 거칠게 보였으나 가까이 다가가면 그 안에서 울려 퍼지는 망치 소리가 전선의 긴박함을 고스란히 전하고 있었다. 굴뚝에서는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와 하늘 높이 치솟았고, 그 연기는 부패와 전투로 물든 공기를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대장간 내부는 열기와 연기로 가득 차 있었다. 뜨거운 불길이 쉼 없이 타오르며 어둠 속에 붉은빛을 뿜어냈고, 화덕 주변에는 녹아내린 금속이 고요히 흐르며 새로운 생명체로 태어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대장간의 한쪽에는 방패와 갑옷, 날카롭게 연마된 칼들이 무더기로 쌓여 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아직 손질되지 않은 닳아빠진 무기들이 어수선하게 흩어져 있었다.
작업대 위에는 철기장들이 사용하는 도구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크고 작은 망치, 금속 집게, 연마석은 그들의 손길을 기다리며 희미하게 반짝였으며 그 옆으로는 고온에 절어 반쯤 녹은 광물덩어리들이 땀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다. 일부는 태고의 힘을 품은 금속처럼 신비한 빛을 냈고, 그것은 대장간을 이끄는 장인의 손길이 단순한 기술을 넘어선 무언가임을 암시했다.
그 중심에서, 누군가 끊임없는 망치를 휘두르고 있었다.
거인 철기장, 아마룬.
거대한 손은 바위처럼 거칠고 두꺼웠지만 움직임은 정교했다. 쇠를 다룰 땐 힘과 섬세함이 동시에 실렸고, 망치질이 이어질 때마다 불꽃은 그의 주위를 맴도는 나비처럼 피어올랐다.
아마룬은 태고의 거인의 후손이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거인들은 점차 왜소해졌으나 여전히 조상들에게서 물려받은 힘은 다른 대부분의 종족들을 압도했다. 마력에 대한 저항력과 강인한 힘, 넘쳐흐르는 생명력과 더불어 화강암처럼 단단한 피부. 또한, 투박한 겉모습과 달리 그들의 손끝은 안개의 땅 모든 종족 중 가장 섬세했다. 그래서 수많은 거인의 후손 대다수가 이그니카에 있는 대륙 최대의 대장간이 있는 신들의 용광로에 자리를 잡았고, 그 외에는 여러 지역에서는 드물게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은 시스테나 전선의 대장간에서 무기를 손보고 있는 철기장이지만, 아마룬은 한때 두려움을 모르는 카노라스의 정예전사였다. 그러나 그것은 빛바랜 과거의 영광일 뿐이었다. 그는 오랜 시간 관리를 하지 않은 채 한쪽 구석에 던져둔 갑옷을 바라볼 때마다 15년 전의 악몽이 떠올랐다.
카노라스의 지하 깊은 곳에서 지진이 일어난 그 순간, 대회랑은 뿌리째 흔들렸다. 천장은 길게 갈라졌고, 좌우로 늘어서 있던 거대한 기둥들은 연쇄적으로 무너져 내렸다. 수천의 비명이 하나의 거대한 절규가 되어 혼돈 속을 꿰뚫었다. 피를 흘리며 지상으로 향하는 필사적인 탈출의 흐름 속에서 아마룬을 비롯한 거인 전사들은 그 흐름을 정면으로 거슬렀다. 그들의 목표는 오직 하나, 지진의 근원이었다.
짙은 어둠이 내려앉은 바닥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독기는 공기를 타고 번졌고, 이를 들이마신 사람들은 고통을 견디지 못한 채 하나둘 쓰러져 갔다. 거인 전사들은 도끼를 움켜쥔 채 숨을 죽였다. 등 뒤로는 죽음을 피해 달아나는 이들의 비명이 울렸고, 눈앞의 어둠 속에서는 아직 형체를 드러내지 않은 '무언가'의 기척이 역겹게 꿈틀대고 있었다.
마침내 회랑의 끝에서 검은 형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대부분은 사람 크기였으나, 그 움직임은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관절이 뒤틀린 듯 기이하게 움직이는 그들의 눈빛은 텅 비어 있었다. 그들 사이로 불균형하게 비대한 상체와 섬뜩한 외눈을 지닌, 거인 전사들의 덩치에 맞먹는 것들도 섞여 있었다.
괴성을 지르며 돌진해 오는 괴물들에게, 아마룬과 전사들은 단 한마디 말없이 도끼와 망치, 그리고 강철 같은 맨주먹으로 답했다.
전투는 학살극과 다름없었다. 둔탁한 파열음과 함께 철이 뼈와 살을 짓이기고 가르는 소리가 회랑을 가득 메웠다. 작은 형체들은 거인들의 망치와 도끼에 휩쓸려 낙엽처럼 쓰러졌고, 그들의 손아귀에 머리를 붙잡히면 두개골이 통째로 터져버렸다.
그들의 진격은 멈출 수 없는 자연재해와 같았다. 아마룬은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거대한 외눈박이를 피하지 않았다. 거인의 어깨와 괴물의 몸체가 부딪히는 순간 폭발적인 충돌과 함께 외눈박이의 형체는 말 그대로 산산조각 나 사방으로 흩어졌다. 거인들은 단 한 번의 일격, 단 한 번의 충돌로 눈앞의 적들을 도륙 내며 질서 정연하게 나아갔다.
회랑의 끝에 닿았을 때, 아래로 향하는 거대한 계단은 이미 무너져 내린 상태였다. 잔해의 틈새 아래로 드러난 것은 끝을 알 수 없는 검은 허공이었다.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매섭고 이질적인 바람이 아래에서부터 울부짖듯 불어왔고, 그 바람은 무언가 거대하고 살아있는 것과 연결되어 있음을 직감하게 했다.
전사들은 주저하지 않았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들은 어둠 속으로 몸을 던졌다.
미끄러지듯 벽을 타고 내려가 마주한 것은 끝없이 펼쳐진 거대한 구멍이었다. 바람은 더욱 매섭게 불어왔지만 그들은 통로의 형태를 찾을 수 없었다. 그저 사방에 드리워진 것은 빛조차 삼키는 깊은 원형의 구멍, 무저갱이었다. 그곳은 단순히 어두운 공간이 아니었다. 모든 것을 빨아들일 듯 꿈틀대는 거대한 포식자의 입이었다.
무저갱 가장자리에 발을 디딘 순간, 어둠 속에서 기척이 일었다. 바닥 아래, 빛조차 머무르지 않는 검은 틈에서 이질적인 형체들이 고요히 떠올랐다. 날개를 펼친 그 생물들은 거인보다도 훨씬 거대했으며, 명확한 형체를 정의하기 모호할 정도로 이질적이었다. 자연과는 아무런 연관도 없는, 마치 세계의 틈새 밖에서 억지로 비집고 들어온 듯 존재 자체가 현실을 부정하는 것들이었다.
아마룬과 거인 전사들은 즉각 망치와 도끼를 들고 전투태세를 갖췄다. 그러나 그 존재들은 전사들이 '공격'을 인지하기도 전에, 이미 그들의 의식 속에 직접 공포를 뿌렸다.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잠식당했다. 불과 몇 분 전, 검은 형체들을 낙엽처럼 쓸어버리던 강인한 전사들의 손끝이 경련했다. 호흡이 무너지고, 강철 같던 무릎이 떨렸다. 누군가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그 자리에 마비되었고, 누군가는 다가온 괴물의 손에 붙잡혀 머리가 통째로 뜯겨나갔다. 육중한 갑주가 종잇장처럼 찢어지고 육체가 부서지는 소리보다, 그들의 '의지'가 먼저 죽어갔다.
아마룬 또한 그들 중 하나와 눈을 마주쳤다. 일그러진 형체 안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놈이 벌린 눈 속에서 또 하나의 입이 튀어나왔고, 그 입이 열리자 수십 개의 이빨과 눈알이 뒤섞인 형용할 수 없는 끔찍한 형상이 그를 조용히 응시했다.
그 시선 하나만으로, 아마룬은 얼어붙었다. 공포가 척추를 타고 올라와 그의 모든 근육을 마비시켰다.
그때, 날카로운 바람 소리와 함께 도끼 하나가 날아와 괴물의 날개를 꿰뚫었다. 그의 눈앞으로 뛰어든 것은 동료 카루딘이었다.
"정신 차려라, 아마룬! 여기서 빠져나가야 한다!"
카루딘의 외침이 아마룬의 마비를 깨뜨렸다. 둘은 함께 무너진 계단이 있던 위쪽을 향해 돌진했지만 '그 존재'는 너무 빨랐다. 허공에서 뻗어 나온 그림자가 카루딘의 몸을 붙잡자 둔탁한 소리와 함께, 전사의 두꺼운 목이 꺾이고 머리가 분리되었다. 그의 거대한 몸이 허망하게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 소리를 들으며 아마룬은 달렸다. 살아남기 위해, 아니, 도망치기 위해 전력으로 달렸다.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절대적인 공포와 무력감이 그의 등을 떠밀었다.
그렇게, 혼자 살아남았다.
그의 악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마룬은 매일 밤, 과거의 그 장면들을 떠올렸다. 순식간에 쓰러진 동료들의 모습, 공포로 질식해 가는 어둠, 무저갱에서 솟아오른 형체들. 그 모든 것은 단지 기억이 아니라, 여전히 현재를 물고 늘어지는 환영이었다.
살아남은 대가는 컸다.
몇 년 전, 가까스로 정신을 수습한 그는 시스테나 전선에 정착했다. 더 이상 전장에는 나가지 않았다. 망치를 들고 철을 두드리는 일상이 이어졌지만, 그 속엔 여전히 부서지지 않은 공포가 남아 있었다. 파도의 악마들이 가까이 오기라도 하면 심장은 스스로 기억을 되살려냈으며, 그때마다 공포는 내면의 의식을 파고들었다. 한때 '두려움을 모른다'라 불리던 거인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고, 그의 마음은 점점 병들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망치를 들고 불 앞에 서 있던 아마룬은 갑자기 손을 멈췄다.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희미한 기운. 눈에 보이지 않을 법한 작은 빛이 시야 끝 어딘가에서 전선을 향해 날아들다 돌연 방향을 바꿔 사라졌다.
아마룬은 망치를 내려놓고 대장간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곧장 전선 쪽을 향해 달려가며 외쳤다.
"뭔가 이곳으로 오고 있었는데..."
근처에 있던 병사들이 당황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아마룬은 병사들의 말을 무시했다. 거인의 시각은 인간보다 훨씬 뛰어났기에, 아마룬은 눈을 좁히고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전선을 향해 달려오는 말과 그 너머에서 터져 나오는 불길. 그는 곧장 병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손님이 온다. 어서 준비해라!"
병사들은 아마룬의 말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전선 입구 너머 어둠을 응시했다. 그때, 땅을 울리는 발굽 소리와 함께 상처 입은 검은 말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온몸에 피칠갑을 한 말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흔들었고, 마치 무언가를 알리려는 듯 전선 바깥을 향해 울부짖었다.
"뭐지? 이 말은 어디서 온 거야?"
병사들이 영문도 모른 채 웅성거리던 순간, 교회의 남쪽 외곽 멀리서 폭탄이 터진 듯한 굉음이 들려왔다. 진동이 전선을 따라 퍼지면서 땅이 약간 흔들렸다.
"저건 또 뭐야? 외곽에서 전투라도 벌어진 건가?"
"자세한 상황을 빨리 보고해라!"
긴장감이 일순간 병영 전체를 감싸자 병사들은 일제히 무장을 갖추고 출정 준비에 나섰고, 감시탑에서는 동남쪽 평원을 향해 망원경이 고정되었다.
"저쪽에서 굉음이 있었습니다! 폭발 흔적이 관측됩니다!"
"다이크 님께 보고하고, 서둘러 기병들을 보내라. 연기가 보이는 방향으로 이동해 상황을 확인하라!"
관측병의 말을 끝으로 기사의 명령이 울려 퍼졌다. 기병들은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하나둘 동쪽 외곽으로 향했고, 횃불에 반사된 창끝들이 불빛 속에서 반짝였다.
아마룬은 여전히 교회 부지 입구에 선 채 자신이 느낀 빛으로부터 묘한 익숙함을 느꼈다. 그리고 내면 어딘가에서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감각이 되살아났다. 마치, 오랜 악몽 속에서 처음으로 숨통이 트이는 듯한 기분이었다.
시즈는 교회의 간소한 침실에서 천천히 눈을 떴다. 머리 위로 보이는 나무 기둥은 은은한 불빛에 물들어 있었고, 창문 너머로 스며드는 빛은 따뜻했지만 하늘의 노을이 아닌 꺼지지 않은 화염과 먼지가 만들어낸 전장의 상처였다.
천천히 몸을 일으킨 시즈는 방 한켠, 말없이 걸린 무녀복에 시선을 멈췄다. 무녀복에는 이 옷의 주인이었던 무녀의 기운이 남아 있었다. 평소라면 감히 손댈 수 없는 정식 무녀의 복장이었지만, 어제의 사제복은 이미 피와 흙에 절어 있어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았기에 조심스럽게 매무새를 다듬고 방문을 나서 복도로 나갔다.
영빈관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시즈는 마구간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레클레스의 상태를 확인하지 않고서는 마음이 놓이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조심스레 마구간에 들어서자, 익숙한 뒷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아로스였다. 그는 이미 먼저 와서 레클레스의 목덜미를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있었고, 그 곁에는 다리아가 평온한 손길을 지켜보듯 얌전히 곁을 지키고 있었다. 인기척을 느낀 아로스가 고개를 돌렸다. 갑옷을 벗은 편안한 차림이었지만 말들을 바라보는 눈빛만은 깊고 진중했다.
"일찍 일어나셨군요."
"네. 레클레스가 걱정이 돼서요. 상태는 어떤가요?"
시즈가 걱정스런 눈빛으로 레클레스에게 다가가자, 아로스가 안심시키듯 말했다.
"다행히 깊은 상처는 아닙니다. 노아가 가져온 약 덕분인지 금방 아물 것 같습니다."
"정말 다행이네요."
시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레클레스의 윤기 흐르는 검은 갈기를 조심스레 쓸어내렸다. 녀석은 마치 주인의 손길을 알아보는 듯 가만히 눈을 감고 시즈의 손에 머리를 비볐다.
"고마워, 레클레스. 네 덕분에 살았어."
시즈는 나직하게 속삭였다.
"이름처럼 정말 용감하구나. 하지만... 다음엔 너무 무모하게 굴지 말았으면 좋겠어. 네가 다치면 마음이 아프니까."
그녀의 진심이 닿은 것일까. 레클레스가 푸르르 콧김을 내뿜더니, 부드러운 입술로 시즈의 뺨과 어깨를 간질이듯 톡톡 건드렸다. 옆에 있던 다리아 역시 질세라 고개를 들이밀며 시즈의 머리카락을 입술로 살짝 물었다 놓으며 애정을 표했다.
"후후, 알았어. 다리아, 너도 고생 많았어."
말들의 서툰 애정 표현에 시즈의 입가에 맑은 미소가 번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로스의 눈빛도 한결 부드러워졌다.
잠시 후, 두 사람은 나란히 영빈관으로 향했다. 아침 공기는 차가웠지만, 말들과 나눈 온기가 남아 있어 춥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귀공의 상처는 좀 어떠신가요? 어제 꽤 많이 다치신 것 같던데."
시즈의 물음에 아로스는 자신의 팔을 내려다보았다.
"괜찮습니다. 자고 일어났더니 흉터도 거의 남지 않았더군요."
"그런가요? 다행이긴 한데... 정말 놀라운 회복력이네요."
"저도 가끔은 제 몸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담담한 대화가 오가는 사이, 시즈가 문득 생각난 듯 물었다.
"그나저나 노아는 좀 어떤가요? 아까 방을 보니 아직 기척이 없던데요."
"어제 기운을 많이 썼는지 아직 푹 자고 있습니다."
"혹시... 어디가 안 좋은 건 아닐까요? 어제 처음으로 그렇게 큰 불꽃을 다루었으니까요. 몸에 무리가 갔을까 봐 걱정이에요."
"그건 아닐 겁니다. 방 앞을 지날 때 코 고는 소리가 들렸으니까요."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시즈는 작게 웃었다. 비록 미숙했지만 진심으로 돕고자 애쓰던 소년의 모습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불안 속에서도 끝까지 용기를 냈던 그의 태도는 시즈의 마음속에 묘한 신뢰를 새겼다.
어느새 영빈관 문앞에 다다랐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익숙한 목조 기둥과 장식들이 눈에 들어왔다. 화려하진 않지만 절제된 아름다움이 배어 있는 공간이었다.
그때, 안쪽 반대편에서 노아가 비틀거리며 영빈관으로 들어섰다. 잠에서 덜 깼는지 눈은 반쯤 감겨 있었고, 한 손에는 환시의 등불이 느슨하게 들려 있었다. 두 사람을 발견한 노아는 크게 하품을 내뱉으며 등불을 아로스에게 건넸다.
"정신이 없어서 돌려드리는 걸 깜빡했네요..."
"괜찮습니다. 몸은 좀 어떠십니까?"
"온몸을 두들겨 맞은 것 같아요......"
그 말에 시즈는 웃음을 터뜨릴 뻔하며 가볍게 고개만 저었다. 어제의 전장은 분명 고됐으나 이 조용한 순간 속에서 세 사람의 유대는 조금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