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쓰게된 한 연약한 생물의 이야기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중한 글 기대하겠습니다."
마치 소설의 서문과도 같은 이 글귀는, 기대치 0이었던 나에게 하나의 선물처럼 다가오게 되었다.
브런치의 '작가인증', 지인들의 말을 들어본 결과 공통적으로 '엄청은 아니지만 꽤나 난이도가 있다' 평했다.
그러나, 당시의 내 목표는 '종이책 출판'. 브런치의 공모전에 하루빨리 소설을 응모해야 하는 처지였고,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조사하였지만, '독창적인 글'이 중요하다는 설명밖에는 얻지 못했다.
누군가는 한 번에, 누군가는 5번도 넘게 실패하였다며 많은 글들이 나에게 방법을 전달하려 했지만,
정작 촉박한 시간 속에 파묻혀있던 나에겐 두려움만을 가져다주었을 뿐이었다.
짧게 잡아 2개월, 길게 잡아서 5개월 정도의 시간을 소모한 내 소설은 절반 정도 완성되었었고, 심지어는
핵심적인 부분들이라 하기에도 애매했다. 정말 '어쩌지...'라는 생각만 하며 3일을 허비한 것 같다.
시곗바늘은 점점 날 옥죄여오고, 심장은 점점 뛰어가는 나날 속에선, 인간이라는 이 연약한 생물은 본능에
의거한 판단을 내리게 되었다.
'미완성이라도 좋으니 일단 제출해 보자!'라는 생각 말이다.
다소 투박하고, 어쩌면 정신 나간 듯한 방법이었지만, 난 절반 정도 집필한 내 소설을 하나의 파일에
때려 박아 제출했다.
그날은 정말 잠을 잔 건지 안 잔 건지 모를듯한 상태로 밤을 지새웠다. 컴퓨터를 켜 기대 반, 긴장 반으로 이메일을 확인했지만 역시나 감감무소식.
1분 1초가 너무나 느리게 흘러갔고, 저녁 8시경에 드디어 메시지가 날아왔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중한 글 기대하겠습니다.
기쁨에 차올라 소리 지르며 뛰어다닌 건 그날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작가'라는 칭호를 얻어서가 아닌,
'내 책을 종이로 만들 기회가 생겼다'는 사실에 말이다.
그리고, 그 기쁨을 원동력 삼아 난 어마무시한 작업을 진행했다.
그 주의 토요일, 공모전 마감까지 토요일 포함 2일밖에 남지 않았던 시점이었고, 그땐 전체 분량에 2/3조차 완성되지 않았던 시점이었다.
하지만, 이 연약한 생물은 가끔 초월적인 힘을 내기도 하는 법이다.
에너지 드링크의 양은 점점 줄어가고, 시곗바늘은 점점 빠르게 흘러간다.
해가 저물고, 해가 떠오른다.
'책을 출판한다'는 강렬한 열망은, 불가능한 일도 해내고야 말았다.
밤을 새운 난, 무려 소설에서 9장을, 심지어 핵심이 되는 부분을 모두 써내는 데에 성공했다.
겨우겨우 마무리를 해 아슬아슬하게 제출하여 지금은 하나의 '브런치북'이 되었고, 근래 했던 일 중 가장
보람찼던 일이라 여긴다.
첫날과 둘째 날은 정말 뛸 듯이 기뻤다. 올라가는 조회수의 그래프를 보니 얼굴엔 항상 미소가 드리웠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그래프는 내 뜻대로 올라가지만은 않았다.
심지어 3일 동안 조회수가 0에 머물렀던 날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날 동안은 하늘이 잿빛에 가깝게 보였던 것 같다.
다만 난 더 많은 사람들이 내 소설을 읽어주었으면 했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내 소설을 공유하고,
더 많은 '작가님'들의 글을 읽었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에선, 굉장히 다양한 사람들의 글을 읽을 수 있었다.
나와 같은 소설가부터 심리학자의 글, 여행, 요리 레시피, 일기까지.
너무나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했으며, 그들의 글을 읽고 내심 위로도 얻었다.
역시 인간은 서로 뭉치는 생물인 듯하다.
내가 읽었던 글의 작가님들은 너무나 감사하게도 내가 쓴 글도 읽어주시기 시작했고,
그렇게 내 하늘은 점차 맑아져 오기 시작했다.
지금의 난.. 사실 변하진 않았다.
떨어지는 그래프를 보며 낙심하고,
올라가는 그래프를 보며 환호한다.
하지만, 처음과 다른 점은 '받아들이기만 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다른 이들의 글을 읽고, 다른 이들도 내 글에 감명받았으면 하는..
그런 자세로 현실을 직시할 수 있게 되었다.
소위 '성장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이 난잡한 글을 읽은 누군가는 이렇게 질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가요?'
인간은.. 너무나 연약한 생물이다.
자신이 한 일에 자부심을 느끼면서도, 아무도 봐주지 않는다면 상실감만을 느낄 뿐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일어서야 한다고 느낀다.
연약하기에, 발버둥 칠 수 있고,
연약했기에, 누군가가 뻗은 손을 잡을 수 있으며,
연약했었기에 다른 누군가에게 손을 뻗을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