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위로의 말을 건네면 나는 오히려 무거워졌다.
내가 그 말에 반응해야 할 것 같아서, 미소 짓거나 고개를 끄덕여야만 할 것 같아서.
어떤 식으로든 받아들여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게 있다.
그럴 때면 부랴부랴 이어폰을 찾았다.
음악은 그런 요구를 하지 않았다.
하루 종일 반복되는 멜로디에 내 감정을 내맡겨 놓을 수 있었다.
그러다가 원할 때면 또다시 슬그머니 가지고 왔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그러면 나의 감정은 리듬에 익숙해져서인지 약간 느슨해져 있었다.
음악은 말하지 않아도 되고 반응하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대화여서,
나의 힘듦은 언제나 플레이리스트 속에 숨어있었다.
침묵은 조용히 감정을 정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준다.
'나 슬퍼.', '나 힘들어.'라고 말하는 순간 내가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렇게 슬프기만 한 것도, 또 하염없이 힘들기만 한 게 아니었다.
슬프지만 지난 기억에 따뜻했고, 힘들지만 그렇기에 더 깊은 잠에 빠져들 수 있었다.
그래서 말은 줄어들었고, 귀에는 항상 이어폰이 닫힌 문처럼 세상과 나를 가로막고 있었다.
같은 곡을 반복해 듣는 날이 많아졌다.
음악을 들으며 노트북 화면을 열고 흰 공간에 무언가를 적기 시작하면.
자음과 모음, 그리고 자음이 소인처럼 찍히며 지워지기를 반복하는 사이 내 모습이 드러났다.
그 모습이 싫어, 얼른 백스페이스(Backspace)를 톡톡톡 누른다.